책을 묶으며
아이를 오케스트라에 데려다주러 교회에 갔다. 신문칼럼으로 낯익은 땡땡이 블라우스의 이정아 선생님을 운명처럼 만났다. 평소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던 차에 친해지고 싶었다. 교회에 바로 등록했다. 영문도 모르고 들어간 영문과 졸업생이지만 내 마음속 깊이 문학에의 미련이 있었나 보다. 전공을 살려보라는 선생님의 권유로 [재미 수필]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하고 차근 차근 수필을 공부하게 되었다. 15년 전의 일이다.
글쓰기는 내가 낯선 땅에 정착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물을 건성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려 노력했다. 세상을 좀 더 크게 넓게 보는 여유를 배웠다. 힘들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깨어있으라 재촉한다. 미국 생활 27년, 아직도 낯설고 어설프기만 하다. 이곳의 일상이 때로는 우울하고, 멀리 사는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는 날들도 있지만 내 곁에는 글쓰기라는 친구가 있어 든든하다.
평범한 보통 사람인 내 글에는 어려운 단어도 현란한 표현도 없다. 한글을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이다. 그동안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칼럼과 산문을 모아 보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책을 엮으며 그간 쓴 글을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옆에서 말없이 응원해준 남편과 아이들, 누구보다 기뻐하실 친정어머니께 이 책을 바친다. 부족한 글을 예쁘게 묶어준 선우 미디어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2024년 가을이 시작되는 날
South Bay에서 최숙희
최숙희 선생님, 첫 수필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