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순해의 수필집 『얼음은 불안하게 녹고』 는 작가 스스로 말하듯 세상에 말 걸기 위해 필사의 노력이 담긴 수필집이다. 공순해의 수필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잘 쓴 수필이 매끄럽고 편안하다면 공순해의 수필은 제목처럼 조금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그것은 작가의 시각이 깊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서술도 ‘내 반골 기질은 아마 이 같은 생체 조건에서 기인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할만큼 날카롭고 반항적이다.
/자신을 포함, 우리는 타자의 생명에 대해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진부한 질문일까’ 성가신 질문일까/
예를 든다면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해 가지는 우월감, 혹은 다른 종에 대한 우월감에 대하여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들은 정말로 모든 생명을 동등한 생명체로 인식하는 걸까’라며 독자에게 숙제를 던져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독과 사유에서 나오는 무거운 주제들을 가벼운 공을 다루듯 써 내려간 작가의 필체가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