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과일 효과 / 호기심 해결

 

인간은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호기심이 발동하여 더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구소련의 소설가이자 심리학자 플라토노프(Platonov)는 《취미심리학》을 쓰면서 서문에 이 책 8장 5절을 읽지 마시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독자들은 경고했던 8장 5절을 가장 먼저 읽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심리학자 플라토노프가 이렇게 자신의 저작을 이용해 심리적 호기심을 유발해 오히려 흥미를 더하도록 농담처럼 던지는 이유는 ‘금지된 과일 효과’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발상이었다.

 

금지된 과일일수록 더 맛이 좋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정보를 숨겨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갖은 수단을 동원해 오히려 그것을 알고 싶어 하게 하는 충동을 뜻한다. 다시 말해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는 것을 이용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금지하며 은폐를 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금지된 과일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베로나의 명문 몬터규 가문의 로미오와, 역시 명문 캐퓰렛의 딸 14세의 소녀 줄리엣은 첫눈에 반한다. 공교롭게도 두 가문 모두 명문가이지만 대대로 원수지간이며 하인들 까지도 길거리에서 만나면 서로 으르렁대는 사이였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은 부모님들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힌다. 그런 안타까운 사실을 인지한 로레스 신부는 두 가문을 화해시킬 방법을 찾다가 두 남녀를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다. 그래도 계속되는 두 가문의 갈등은 끝이 없었고 이들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결국은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진다.

 

심리학자들은 이 감동적인 희곡에 한 가지 재미있는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왜 힘든 사랑을 하고 비극적인 죽음까지 맞으면서도 가문의 간섭에 반항을 할까?

 

해답은 간단했다. 두 가문의 어른들이 반대할수록 이 남녀의 애틋했던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은 금지된 과일 효과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갈라놓으려는 어른들에 대한 반항심 때문에 더욱 사랑은 견고하였으며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금지된 과일 효과는 두 가지 심리를 기반으로 한다. ‘반항심’과 ‘호기심’이 동시에 유발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하지 말라고 하면 우선 그 까닭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납득이 가지 않을 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속박을 벋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하고자 할 때는 반항심이 발동한다. 이런 심리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금지시키면 먼저 호기심이 생기고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의 근거를 알고 싶어 한다. 위험해서 그런가, 아니면 손해를 볼까 봐 그러는가에 궁금해진다. 이때 호기심에 충족되지 않으면 반항심을 품게 되고 직접 도전해 금지된 이유의 맛을 보려고 애쓴다.

 

우리나라에서도 군사 독재 시절에 금서목록으로 올려놓은 책이 있었다. 그때도 금서로 지정해놓은 책들을 암암리에 더 읽고 싶어 했다. 당시 대중가요 중에서도 금지곡이 있었다. 친구들과 놀면서는 오히려 금지곡을 더 많이 부르고 논적이 있었다. 이런 것도 사회에 대한 반항심과 호기심이 작동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 역사에서도 오랜 기간 오스카 와일드, 데이비드 로렌스, 장 폴 사르트르 등의 작품을 금서로 분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들의 작품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명성은 더 높아만 갔다. 이 작가들을 몰랐던 보통 사람들조차도 호기심과 반항심이 발동하여 몰래 초본을 퍼뜨리며 확산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당국에서 금지하려는 방법이 엄격해질수록 금지 목록의 책들은 더 많은 암암리에 유통되며 각광을 받았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것은 일정 한계에 부딪치고 부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금지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소통이 낫고 금지할 수 없는 것과 크게 금지시킬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금지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동양철학 《중용(中庸)》에서 비슷한 맥락의 문장이 나온다. 첫머리에 막현호은(莫見乎隱) 막현호미(莫見乎微) 고군자신기독야(故君子愼其獨也) 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자면 감추는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고,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홀로 있을 때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혼자 있을 때 삼가고 조심하라는 말인데 무엇이든지 감추거나 숨기려고 하면 잠깐은 통하지만 한번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냥 놔둔 것 보다 훨씬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므로 누가 보지 않아도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말이다.

 

인간의 행동에 원초적인 동기는 대부분 일종의 금지 효과가 많아서 억압할수록 반항심만 일으킬 뿐이다. 반대로 억압을 멈추고 인정하며 관용의 태도를 보인다면 사람들은 반항심보다는 집착하지 않고 소통이 되어 잘 흐를 것이다. 억압보다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시대적 방향이나 흐름에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