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음악은 연인 관계다 / 양영길

 

 

결혼식장에서는 하객들이 많이 모여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 시끄러운 공간에 은은한 음악을 흘려놓지 않으면 결혼식장이 아니라 복잡한 시장 바닥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또 예식이 시작되어 사회자의 “신랑 신부 입자앙~”이라는 구호와 더불어 음악이 울려 퍼지면 여기에 발을 맞춰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음악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발걸음이 어색하고 예식의 분위기도 제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다.

또 영화에서 음악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분위기도 그렇지만 그 감동 또한 싱겁기 그지없을 것이다. 음악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가 아닐지라도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배경 음악뿐만 아니라 자연계 소리를 빌어서 표현하는 효과 음향도 음악의 하나이기 때문에 음악이 없이는 영화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음악은 영화나 생활 속에서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소설 장르가 발달하고 음악성을 중시하던 낭만주의가 이미지즘 시에 밀려나면서 문학과 음악의 밀월 관계가 깨진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설의 문체나 전개 과정의 진폭도 엄격하게 따지면 읽는 이의 호흡에 작용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또 율격이 없는 시가 있을 수 있을까? 모든 시에는 나름의 율격이라는 음악성이 있다. 정형시는 물론이지만 자유시는 자유시대로 산문시는 산문시대로 그에 걸맞은 율격이 시 속에 숨 쉬고 있다.

시는 틈만 나면 음악과 어울리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언어적 기호만으로는 외로워서 자신을 빛내줄 음악이 필요하기 때문일까. 모든 시는 음악과 긴밀하게 결합할 때 한 단계 성숙한 문학으로 다시 태어난다. 문학에 음악성이 가미되면 그 정서적 울림이 확실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는 눈으로 읽을 때와 소리 내어 읽을 때,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들을 때, 음악과 어울려 낭송하는 시를 들을 때 그 감흥이 각각 다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문학은 소리나 글자의 기호 체계를 보고 이를 해석하여 판단하지만 음악은 보고 해석하는 과정이 없이 감각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소리의 울림 자체에 주목한다. 그래서 문학은 음악이나 미술, 무용처럼 감각에 직접 호소하는 1차 예술에 대비되는 2차 예술로 분류되기도 한다.

문학은 음악에 비하면 여러 가지로 ‘오염된 예술’이라고 한다. 해석을 요구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음악과 잘만 어우러지면 정화될 수 있다. 음악을 두고 가장 순수한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양 격언의 ‘음악은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전주곡’이라는 말이나, 페이터의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지향한다.’라는 말이나 베를레느의 ‘무엇보다도 음악이 먼저’라는 말들은 바로 가장 순수한 예술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음악은 ‘작품에 담긴 그 무엇’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문학과 음악의 미적 유사성은 두 예술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문학과 음악은 영감을 공유하며, 유사한 철학과 사상을 반영하고, 발전 과정에서 서로에게 자극을 준다. 어떤 때는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문학과 음악 양방향에서 각각 접근해 들어가기도 하고, 음악을 문학으로, 또는 문학을 음악으로 변환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섭은 총체적으로 인간의 미적 감수성을 더욱 예민하게 하고, 세계를 보는 눈을 깊고 넓게 해 주며,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모습을 아름답게 만든다.

동물이나 식물들도 음악에 작용한다고 한다. 생동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라는 동물이나 식물은 스트레스와 온갖 질병에 강하다고 한다. 인간이나 동물처럼 청각 기능이 있는 것들은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이 소리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지만, 식물에게까지 음악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악 소리가 섬세한 촉감을 자아내기 때문일까? 사랑의 손길같은 ……

음악은 우리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낼 수도 없고 거친 욕말로 정서에 상처를 줄 수도 없다. 그러나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사람을 일으켜 춤을 추게 할 수도 있고 복잡한 일로 산만한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에서도 공포를 자아낼 수도 있고 사랑의 정서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하나의 최면 예술이라고나 할까?

음악은 정신 속의 독을 해소시켜 영혼을 쇄신케 하는 힘이 있다. 정서의 창문을 직접 흔들기 때문에 우리들의 영혼에 떨림을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이 음악과 어울릴 때 또다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따라서 문학 속의 음악성은 주체의 내면에 얼마나 섬세한 울림을 주는가에 따라 그 정서적 울림이 달라진다. 이제 소리인 음악과 정서 사이의 신비스러운 상응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