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쓰기
1. 끝이 좋으면 전체가 산다.
첫머리보다 중요한 게 이 끝맺음이다. 독자들의 머리엔 이 마지막 것만이 남기 때문이다. 읽은 다음에 손해 본 듯한 마무리는 필자도 독자도 바라지 않는다. "읽은 수고가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이점을 안기는 결말이었으면 함이 최소의 소망이겠다.
2. 마무리 문장의 조건
(1) 짧아야 한다.
마무리 단락은 짧을수록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생활문에서 첫머리를 전체의 15%, 마무리를 10%로 잡으라고 함은 그 때문이다. 압축의 압축, 생략의 생략.(2) 강해야 한다.- 강한 표현이 되려면 문장을 입체화해야 한다. 입체는 평면의 반대다. 문제를 밖에서 바라보는 것(시점 변화), 딴 화제와 결부시키는 것(비교, 대조), 표현에 변화를 깃들이는 것(문 체의 변화, 리듬화) 따위도 입체화의 한 방법이다.(3) 안정감 있어야 한다.- 종결은 완결미, 완성미를 의미한다. 엉뚱한 화제로 돌리면서 끝맺는 것도 하나의 '여유'요, '새로움'이다. 딱딱한 내용을 앞에서 말했으면 그 뒤엔 반드시 풀어주어야 한다.
3. 마무리의 기법들
(1) 고조형
사건의 해결이나 화제의 종말을 평면적으로만 말하지 않고, 새로운 파란을 일으키거나 독자의 감흥을 더 추어올리려는 맺음이다.보기>보아주는 이 없어도 좋다. 오직 나의 서식할 한 줌의 흙과 철 따라 내리는 우로 있으면, 태양의 따뜻한 온기와, 밤이면 만천 성좌의 서정과 더불어 성장하면 그뿐! 어느 때고 안으로 안으로 다스려 오던 내 정열이 마침내 견딜 수 없는 날, 노래처럼 나도 꽃 한 송이 진홍 빛깔로 개화하였다가 낙화하면 그만인 것이다.-이영도: <잡초처럼>-
(2) 완결형
안정감을 목표로 완전히 할 말을 다 하는 마무리다. 논설문에서 많이 쓰인다.보기>그의 유서가 피로되었다. 그 유서에는, 4년 전에 XX도 XX고을에 살던, 그때 열두살 났던 '영애'라는 처녀를 찾아서, 그 처녀가 그 때 어떤 과객이 준 수정으로 만든 비둘기를 가지고 있거든, 자기의 유산 전부를 주어서 비둘기를 사서, 자기와 같이 묻어 달란 말이 있었다. 그리고, 젊은이는 그때의 그 소녀가 아직껏 그 비둘기를 가지고 있을 것을 의심치 않고 믿었던 것이었다. 이리하여, 그의 주검은 수정 비둘기와 함께 무덤으로 갔다.-김동인: <수정 비둘기>-
(3) 여정형
이미 말한 내용에서 약간 벗어나거나, 주변적인 것에 초점을 돌려 효과를 봄.보기>시계가 여덟 시를 친 지 몇 분 뒤에, 무엇인지 깃대 위로 느릿느릿 기어오르는 것이 보이더니, 이윽고 산들바람결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은 검정 깃발이었다. 드디어 '심판'은 끝났다. …(중략)…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은, 마치 기도라도 올리는 양 땅 위에 쓰러져 한참 동안 꼼짝도 않고들 있었다. 검정 깃발은 말없이 바람결에 나부끼고만 있었다. 이윽고 기운을 가다듬은 두 사람은 일어 서더니, 다시금 서로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세계문학전집 테스>에서-
(4) 전환형
새로운 대상, 이질적인 내용의 제시로 여유와 참신을 노리는 마무리다.보기>나는 아직도 도스토옙스키의 산맥, 저 아랫자락에서 헤매고 있는 새끼 소설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눈길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그 산꼭대기를 향해, 약한 고개를 추켜들게 한다. 소설가를 꿈꾸는 그대들이여, 당신의 삶의 열정으로 인생의 광맥에 곡괭이를 찍어 보라! 그나마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행위도 짐짓 사기에 지나지 않을지니. -이경자: <이건 결코 쉽지 않다>-
(5) 재강조형
'요약형'이고 '재서형'이다. "반복은 강조를 의미한다"는 배경을 갖는다.보기>즉 그녀는 언어의 신을 잠 속이나 꿈속에서도 만나고자, 몽중 노력까지도 기울이는 것이니, 낮 동안의 처절한 각고는 또 어떻겠는가. 원고지 한 장을 쓰는 데 한 달도 걸리고 두 달도 걸리는 그 신성한 엄숙주의, 목숨을 건 혼신의 노력이 없이는 '신기'에 도달할 수도, 한 줄의 좋은 문장을 얻을 수도 없다는 지극한 겸허함이 그녀의 놀라운 문체를 만든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김승희: <문장 수업>-
(6) 인용형
유명 인사의 이야기, 명작의 시가, 자기의 시 따위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는 기법. 인용하는 작품의 암시성이나, 격언, 속담 등의 풍유가 넌지시 에둘러 정곡을 찌를 때는 더없는 효과를 발휘한다.보기>"늙는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야망을 잃는 것이다." 피카소의 일생을 다룬 영화 <황소와 비둘기>의 주연을 맡았던 영화배우 앤터니 퀸이 남긴 말이다.-이광훈 칼럼: <50대, 그 쓸쓸한 그림자>-
출처: 문장표현사전, 장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