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최고의 예술

유숙자

     오래 방송국 심야 프로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담담하게 풀어 내는데 진행자의 솜씨가 깔끔해서 인기 있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글이 일주일에 정도 방송을 탔는데 시보다 수필을 내보낼 반응이 좋았다. 영향을 받았나?

문단에 수필로 등단했고 이후 수필만 썼다. 시보다는 수필이 적성에 맞아 외길을 걸어왔다.

 

  시 쓰기는 어려워도 행시 짓기를 즐기는 편이다. 사유나 문학적이지 않아도 되기에 부담이 적다. 협회 회원 중에는 행시에 탁월한 솜씨를 보이는 이들이 있다. 기발하고 재밌고 톡톡 튀는 문장이 때로 수필을 보는 같다. 글은 개성에 따라 달라도 내용은 거개가 그리움이다. 아련함이다. 희미한 옛사랑이다. 짧은 안에 의미 부여와 은유가 서리기도 하고 장마다 내용이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깔끔한 맛도 있다.

 

    행시 제목은 퓨전수필 편집인이 독특하고 기발한 시제로 올린다. 때로 두음법칙이나 자음접변까지 동원하게 만든다. 우리를 골탕 먹이려 작정한 모양이다. 같으면 그냥 포기하고 말련만 열성 회원의 행시 참여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 인기도는 물론 풍년을 이룬다.

 

    이제까지 시제 비교적 쉽게 풀리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행시 제목은 문학은 최고의 예술이었다. 시제가 압권이었다. 시제를 읽는 것만으로도 문학인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결혼하고 처음 장만한 집이 화곡동 국민주택이었다. 허허벌판에 핵가족을 위해 지어 놓은 400 채의 집, 지붕 색깔이 고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예뻤다. 사통오달 벌판이어서 겨울이면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워 창호지로 속문을 달아 추위를 막아야 했다. 한지에 풀을 바르고 나무 창살에 붙인다. 한창 좋은 가을볕에 내다 놓으면 탱탱하게 마른다.

 

    아이들은 빳빳한 문창호지를 손가락으로 통통 튕긴다. 장구소릭가 나는 울림이 듣기 좋아 가운뎃손가락을 튕겨 가며 소리를 즐겼다. 얼마 가지 않아 창호지가 너덜거릴 정도로 뚫려 있었다. 이따금 환기하려 창문을 열면 너덜거리는 종이와 문풍지가 떨며 서럽게 울었다. 시제를 받아 놓으니 문뜩 그때 생각이 났다.

 

문 풍지가 떨리는 모양을 보니    

학 이 춤을 추는 같구나

은 파의 멜로디 따라 곱게 흔들리는 너는

최 초의 발레리나가 아니었을까

고 고하면서 부드럽게  

의 연한 기상을 들어내는 비상은 가히

예 술의 경지에 도달했구나

술 술 풀리는 춤사위를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누구랴.

 

    누가 처음 행시를 고안했을까. 짧은 속에 마음을 담을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무형식의 . 평소 밖에 내놓을 없었던 감추어진 사연도 행시의 형태를 빌어 표현할 있는 매력. 이것이 행시의 인기도를 높이는 아닐지. 끌림에 얹는다.

 

은 파를 들으면 달빛 젖은 푸른 밤이 생각난다

빛 고운 은빛 물결이 신비롭고

호 수에 내려앉은 둥근 달이 환상이던 밤.

각 별한 내 사람과 들었던 와이만의 은파

 

     조금 이지러진 달이 하늘 호수에 떠 있다.

     호수 물결에 은파를 싣는다.

                                            (20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