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쓰며 얻는 깨달음 / 정목일

 

 

 

수필을 쓰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임을 느낀다.

수필을 쓰면서 마음을 닦아내고 싶다. 고백을 하면서 마음에 묻은 때를 씻어내고자 한다. 토로하면서 마음에 앉은 먼지를 털어낸다. 어둡던 마음이 환해지고, 갑갑했던 가슴이 편안해진다. 수필쓰기는 마음과의 대화이다.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고 비우는 일이다. 마음이 맑고 투명해져야 문장이 환해지리라. 눈 속에 갓 피어난 매화의 향기가 풍기리라.

 

수필을 쓰면서 인생을 들여다보는 순간임을 느낀다.

젊었을 때의 꿈은 위대하고 성대한 것만 바라보려 했다. 특별하고 찬란한 인생, 무지개 같은 삶을 살길 바랐다.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한심스럽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변화가 없어서 답답하게 여겨지던 순간이 가장 소중한 때였음을 모른 채 지내버리고 말았다. 눈앞에 닥친 바로 이 순간의 발견과 가치를 꽃피워내지 못했다. 수필쓰기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수필을 쓰면서 순수와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알았다.

거짓되지 않고 허황되지 않은 삶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다. 수필쓰기는 때 묻지 않고, 얼룩이 묻지 않도록 순수한 영혼을 지닐 수 있는 洗淨劑(세정제)가 돼준다. 눈이 흐려지지 않게 온화한 미소가 어리도록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안내자가 돼준다.

 

수필을 쓰면서 항상 깨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내 인생의 시계 초침소리를 들으며, 과연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은 타고날 적부터 어디론가 숙명의 길을 가는 여행자임을 느낀다. 과연 내 소임은 무엇이며 제대로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게으르고 어리석은 시간낭비자가 아니었던가, 스스로 뒤돌아보게 만든다.

 

수필을 쓰면서 행복해짐을 느낀다.

꽃향기 실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숲길로 산보나선 사람처럼 걷고 싶어진다. 편안하게 들길 산길을 걸어 들꽃이랑 숲과 만나고 싶다. 누구나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 품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순수한 자연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가슴에 안고 싶다.

 

수필을 쓰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영혼교감의 시간을 나누고 싶다. 소통이 없는 글쓰기는 자기만족의 글일 뿐이다. 소박하지만 인생에 얻은 삶의 발견과 깨달음의 꽃을 독자와 함께 나누는 시간을 얻고 싶다. 비록 소박한 나무 그릇에 불과하지만, 그 동안 햇살과 바람과 땅의 기운을 받아 일 년에 한 줄씩 짜놓은 목리문(木理紋) 위에 엉컹퀴꽃이나 민들레꽃 한 송이쯤 담아 수수한 향기를 전해주고 싶다.

 

수필을 쓰면서 깨닫고 있다.

마음이 맑아지려면 얼마나 욕망이란 때를 씻어내야 하는지. 성냄이란 얼룩을 지워내야 하는지. 어리석음이란 먼지를 털어내야 하는가. 마음에 향기가 나야, 문장에서 향기가 흐른다는 것을. 마음이 깊어져야 은은한 울림이 퍼진다는 것을 안다. 좋은 수필이란 좋은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의 꽃임을 알아차린다.

 

수필을 쓰면서 허황된 치레와 허위와 수식을 버리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얼굴과 치장은 사라지고 백골만 남는 법이다. 굳이 무엇을 남겨 놓으려 하지 않는다. 삶을 통한 내 인생의 소박한 발견과 깨달음, 마음의 미소와 표정, 미진한 아쉬움과 성찰을 통한 순간의 발견과 의미를 얘기하고자 한다.

 

수필을 쓰면서 지금 숨 쉬고 있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수필쓰기는 인생 연마요, 마음의 정화임을 느낀다. 수필쓰기는 마음과 인생의 펼침이다. 인생경지에 따라 마음 연마에 따라 경지가 달라진다. 수필쓰기는 자신의 마음속에 깨달음의 꽃을 피우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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