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 데스칸소 정원에 만개한 봄

김수영 수필가

 

 

 

 

 

 

 

 

 

 

 

 

 

 

 

 

 

 

 

김수영 수필가

 

참으로 오랜만에 봄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월엔 남가주 여러 곳에 발생한 산불로 많은 이재민이 고통을 당했다. 최근에는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산사태가 일어나고 토네이도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추위와 재난으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고 코로나까지 걸려 이중 삼중 고통을 당한 터라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거기다가 나이까지 더해가니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문학 동우리가 있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여서 시 공부하는 시간이야말로 사막에 오아시스처럼  우리를 젊게 만들고 생활에 활력을 불러준다. 거의 90세에 가까운 문우들이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을 가지고 시를 쓰며 시 공부를 한 지도 수년이 되었다. 나이가 우리보다 조금 젊은 문우도 있어서 그들과 어울려 더욱 젊어지는 기분이다. 
  
오늘 라카냐다에 있는 데스칸소 정원(Descanso Garden)에 문우들과 소풍을 다녀왔다. 김밥과 음료수를 준비해서 맛있게 먹고 넓은 정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벚꽃은 비가 와서 꽃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볼만했다. 제일 눈길을 끈 곳은 튤립 정원이었다. 갖가지 색깔로 곱게 핀 튤립이 얼마나 예쁜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문우들의 노안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꽃들과 어울려 활짝 피었다. 모두가 남은 삶을 문학 공부하고 신앙 생활을 하는 동역자들이라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있다. 
  
91세가 된 문우도 지팡이 없이 정원을 활보하고 88세 된 문우는 두 달 전에 무릎관절 수술을 받았는데도 지팡이 없이 걸어다니는 것 보고 나 자신이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들보다 나이가 아래인데도 나는 워커를 끌고 다니면서 정원 여기저기 구경하며 다녔기 때문이다. 
  
장미꽃은 아직 피지 못하고 봉오리만 보였다. 튤립꽃이 대세를 이루면서 여기저기 만개하여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흰색, 진분홍색, 노란색, 흰색과 빨간색이 썩인 튤립 등 다양한 튤립에 정신을 잃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꽃잎 속을 들여다 보니 꽃 수술이 얼마나 예쁜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누가 저렇게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창조주께 감격하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은 위대한 예술가, 조각가, 가장 아름다운 멋쟁이 시인이시다. 그 하나님을 믿는 우리 동우리들은 복 받은 자들이다. 
  
19세기 영국의 계관시인 낭만파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 간절히 생각나는 하루였다. ‘내 가슴이 뛴다(My Heart Leaps Up)’이다. 무지개를 바라볼 때 가슴이 뛴다고 이 시는 시작한다. 내가 태어났을 때도 그랬고 지금 어른이 된 다음에도 그러하고 늙은 다음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라고 고백한다. 어린이는 세상에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 감격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 되는 것이다. 때 묻은 어른은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장님일 수 있기 때문이리라. 자연을 바라볼 때 경건해 지기를 소망한다고 고백한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육안과 심안과 영안을 주심에 무엇으로 감사하오리까. 부활절이 다가오매 더욱 만물이 부활하는 봄철에 감사가 넘칩니다.’ 

김수영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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