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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초만 보는 여자―정끝별(1964∼ )

난 동물 짤을 좋아해
삼 초의 돌입과 몰입이

난 아이 짤을 좋아해
삼 분의 희열과 집착이 되고

난 춤 짤도 좋아해
삼십 분의 중독과 세 시간의 망각이 되는

(중략)


삼 초의 빨판과
삼 초의 갈고리에
말을 잊고
생각을 잊고
시간을 잊고

삼 초만 보는 내 뇌는 텅 빈 스크린

                                                        나는야, 백 개의 눈을 가진 눈먼 아르고스*

인간은 이제 삶을 살지 않고, 삶을 본다. 어디서건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인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세상이 눈앞에 실재하는데 기어코 액정 속 세상을 보고, 액정 속에 세상을 담으려는 사람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이제 누구도 고독하기 어렵다. 초연결 시대에 혼자 오롯이 사색할 수 없고, 두어 시간 집중해 독서하는 일도 쉽지 않다. 궁금증은 인공지능(AI)이 해소해 준다. 세상은 스마트폰만 한 크기로 작아졌다.

“삼 초의 돌입과 몰입”을 모르는 현대인이 있을까? 화면을 쓰윽 터치하면 3초씩, 평생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짤과 릴스가 넘쳐난다. 3초라는 평생이여! 말을 안 해도, 생각을 안 해도, 삶을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시인은 시 말미에 각주를 달아 이십 년 전 자신은 “삼 초 먼저 보는 여자”였음을 고백한다. 예감하고 예지하고 예견할 수 있었던 시절! 생각이 삶을 이끌어가던 그 충만한 기분을 당신은 기억하는가?

   <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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