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에세이] 눈물

 댓글 2026-04-08 (수) 12:00:00 이명숙 수필가
 
그런데도 2016년에 나온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시(Manchester by the Sea)를 보았을 때 그때만큼이나 문화 충격을 느꼈다. 죽음 앞에서 주인공은 전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감독은 다른 식으로 슬픔을 표현하기는 했다.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지닌 주인공의 삶을, 그 건조하고 스산한 삶을 담담하고 담백하게 잘 그려 내었다. 이곳 엘에이 한국인이 살기 좋은 익숙한 우리 문화에 젖어 있다 보니 이십여 년 살아온 미국인데도 그들의 문화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눈물 대신 폭력으로 표현되는 주인공의 슬픔이 묵직하게 전해졌다.


이 영화가 눈물 없이도 오래도록 길게 여운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불행이 어떤 부주의,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린 일상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나의 의지나 능력이 미치지 않는 거대한 사건에 의한 비극이라면 운명으로 돌리며 체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너무도 사소한, 괜찮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상 중에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불행은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거기엔 회한과 자신에 대한 질책이 평생 따라다니며 좀체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눈에 눈물을 보이건 아니건 간에 동서양 슬픔의 깊이는 같음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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