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세이] 격자무늬 코드

 댓글 2026-05-06 (수) 12:00:00 이명숙 수필가
 
1994년 일본 덴소 웨이브(Denso Wave)사가 개발한 2차원 바코드인 큐알코드는 빠른 인식과 많은 정보 저장으로 이제는 어디 가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국어 순화 캠페인에서는 격자무늬 코드라고 이름 지었지만, 다들 큐알코드로 부른다. 큐알코드의 문양을 볼 때마다 신기한 생각이 든다. 어떨 땐 선뜻 스캔하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옅은 불안이다. 마치 알리바바의 ‘열려라! 참깨’ 하면 열리는 비밀 문인 건가? 어떨 땐 마치 오래된 부적 무늬를 보는 느낌도 든다. 글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이 정보무늬가 나를 어디로 안내하는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따라가느라 힘겹다. 황새걸음을 참새가 따라가려 애쓴다고나 할까? 나의 정서는 아직도 아날로그 세상에 머물러 있는데. 그럼에도 스마트 폰으로 거침없이 찍어댄 수천 장의 사진들은 저장 공간이 모자란다고 해서 구름 아닌 클라우드에 돈까지 내며 빌리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세상에도 최소주의를 적용해야겠다. 디지털 공간도 무한이 아니고 결국은 데이터 센터라는 물리적인 건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그 편리함을 아날로그적으로는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정보보다는 감정을 보관하는 아날로그적 세상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다. 손으로 느껴지는 종이의 감촉, LP판으로 듣는 음악, 필름 사진들. 우리의 정감은 사라지는 것, 낡아가는 것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