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그들이 사라진 자리

 댓글 2026-04-07 (화) 12:00:00 정유환 수필가
 
일리노이의 겨울은 추웠다. 중동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고 이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 위에는 여러 짐승의 발자국이 어지러웠다. 다람쥐는 눈 쌓인 나무 사이로 곡예를 하고 살이 통통히 오른 토끼도 제멋대로 뛰어다녔다. 자태가 아름다운 홍관조가 연갈색의 암컷과 새끼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하얀 눈 위 가지 사이로 움직이는 붉은 깃털이 한껏 늠름해 보였다. 매가 떠난 자리는 그들에겐 살판나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땅 밑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을까? 영하 15C의 혹한에도 단풍나무 가지 끝은 붉은색으로 변하고, 뿌리를 감싼 땅속의 술렁이는 온기가 느껴졌다.


태양광 에너지는 태양 빛을 태양전지를 통해 직접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재생 에너지다. 연료가 필요 없고 무공해라는 장점이 있지만, 날씨에 따른 발전량의 변동과 초기 설치비용이 적잖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일부에선 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태양광을 설치한 결과 우기의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한 산사태로 피해를 보았다거나, 갯벌에 세운 태양광이 폭풍에 깨지고 무너져 어민에게 피해를 주고 새똥으로 범벅이 된 패널의 흉한 모습이 뉴스를 타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의 조류충돌과 주검도 심심찮게 보인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태양광이 공존하던 자연의 한 부분을 해치다니 아이러니하다. 사람 탓일까? 하지만 인류에겐 에너지가 절실하고 그 에너지를 무공해로 얻기 위해 태양광을 대체할 대안은 없을 성싶다.

텃밭 상추도 키워야 하는데 거침없는 동물 친구들이 눈에 걸린다. 남은 매 한 마리는 어디로 갔을까. 4월이 코앞인데 이곳엔 아직도 눈발이 날린다.

<정유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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