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차가 막히나? 길이 막히나?

남쪽에는 봄꽃 소식이 한창이다. 광양 매화 축제, 구례 산수유 축제가 시작된 데 이어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도 시작됐다.

이렇게 봄꽃 축제가 열리는 곳에는 무엇보다 교통이 정체되고 주차가 어려운 것이 문제다. 행사장 주변은 늘 늘어선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남들보다 일찍 나서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교통이 혼잡할 때 일반적으로 “차가 막힌다” 또는 “길이 밀린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차가 너무 막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길이 밀리는 바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등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 가지 표현 다 문제가 있다. “차가 막힌다” “길이 밀린다” 둘 다 의미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막히는 게 차인지 길인지 생각해 보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하게는 차가 막히는 게 아니라 길이 막히는 것이므로 “차가 막힌다”가 아니라 “길이 막힌다”고 해야 한다. “길이 밀린다”는 밀리는 것은 길이 아니라 차이므로 “차가 밀린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길이 너무 막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차가 밀리는 바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차가 막힌다” “길이 밀린다”는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못하는 경우다. ‘막힌다’의 주체는 ‘길’, ‘밀린다’의 주체는 ‘차’이므로 서로 어울리는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해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