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급격히 더워져 친구와 새 옷을 사러 갔다. “이 옷 어때?”라는 물음에 “그닥 별로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까지는’이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 일상적인 대화에서 많은 이가 이처럼 ‘그닥’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워낙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보니 ‘그닥’이 표준어이며, ‘그다지’의 준말이라고 알고 있는 이가 많다. 그러나 ‘그닥’은 말을 줄여 쓰기 좋아하는 누리꾼들에 의해 생겨난 말로, 표준어가 아니다.
입말에서는 ‘그다지’보다 ‘그닥’이 더 많이 쓰인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용 빈도가 높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는 일상생활에서뿐 아니라 언론 매체에서도 ‘그닥’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신문지상 글자 수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1000억원 상생안도 분위기가 그닥” “기업의 외형은 커 가고 있지만 내실은 그닥” 등과 같은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그닥’을 ‘그다지’의 평안도 방언인 ‘그닥지’의 준말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겨난 뒤 쓰임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아 통신 언어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온라인상에서는 언어의 경제성이 큰 힘을 발휘하기에, 줄여 쓰는 말들이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그래서 ‘그닥’이 틀린 표현인지도 모르고 표준어인 ‘그다지’보다 빈번하게 쓰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젠가는 생명력을 인정받아 ‘그닥’이 표준어로 등극할지도 모르지만, ‘그닥’은 아직 표준어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닥’은 ‘그다지’로 고쳐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