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톡톡 터트리는 '봄동'

 

[봄똥]이라 말하고 봄동으로 써야 한다. 겨울과 봄이 부둥켜안은 이맘때, 꽃보다 고운 자태로 혀끝을 유혹하는 나물이다. 생김새만 고우랴. 비타민, 칼슘 등 몸에 좋은 건 다 품고 있다. 누군가는 봄을 마중하기에 봄동만 한 것이 없다고 치켜세운다. 납작해서 ‘떡배추’라고도 불리는 봄동은 전라도 진도 해남 완도 등지에서 초록에 싸인 노란 속살을 풀어헤치며 빠르게 봄기운을 퍼트리고 있다.

먹어 본 사람은 안다. 봄동이 얼마나 고소하고 달곰하고 향기로운지. 된장 풀어 국으로 끓여 먹고, 생으로 쌈 싸 먹고,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 먹고, 밀가루를 얇게 묻혀 전으로도 부쳐 먹고…. 어떻게 먹든 입 안 가득 봄이 톡톡 터진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오장육부에 활기를 불어넣기 충분한 채소다.

봄동은 간간해야 제맛이 난다. 간간하다는 입맛이 당기게 약간 짠맛을 뜻한다. 기분 좋을 정도의 짠맛을 표현하는 우리말은 더 있다. 짭짤하다, 짭짜래하다, 짭짜름하다, 짭조름하다…. 이보다 조금 더 짠 듯하지만 입맛에 맞을 땐 간간짭짤하다고 해도 좋다.

음식이 맛없이 짤 땐 ‘간간하다’에서 모음만 바꾼 ‘건건하다’라고 하면 된다. ‘찝찌레하다’, ‘찝찌름하다’, ‘짐짐하다’ 역시 맛은 없는데 조금 짤 때 쓸 수 있다. 맛없는 표현들은 글자도, 소리도 맛이 없게 느껴진다. 말맛이 독특해 시골말 같지만 모두 표준어다. 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싱거울 땐 ‘밍밍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진진하다’는 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아주 맛있을 때 어울린다. 맛에도 서열이 있다. 건건하다→간간하다→진진하다. 이 순서를 알아두면 밥상에서 맛 표현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게다.

봄의 들녘과 산 길섶은 언제나 푸지다. 햇살 한 자락과 바람 한줄기에 쑥 냉이 달래 등 나물이 쑥쑥 자라 밥상을 가득 채운다. 봄기운에 구전민요 ‘나물타령’이 절로 나온다. “한푼 두푼 돈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어영 꾸부렁 활나물/ 동동 말아 고비나물/ 줄까 말까 달래나물/ 칭칭 감아 감돌레/ 집어 뜯어 꽃다지/ 쑥쑥 뽑아 나생이/ 사흘 굶어 말랭이/ 안주나보게 도라지/ 시집살이 씀바귀/ 입 맞추어 쪽나물/ 잔칫집에 취나물(하략)”

‘봄+동(冬)’이라고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치우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일 게다. 계절을 두부 자르듯 한순간에 나눌 순 없는 법. 눈 속에 파묻힌 봄동을 뽑아 눈을 탈탈 털어 내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봄 향기가 폴폴 난다.

 

노경아 교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