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상처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이상은 김훈의 기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문학동네.2) 서문의 일부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현재의 나는 상처의 총합이리라.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내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던 글이다.

 

 김훈의 풍경과 상처는 현대수필의 진수를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필이 성취할 수 있는 문학성의 최고봉이리라. 그러나 풍경과 상처는 쉽게 읽히는 산문집이 아니다. 오히려 어렵다. 화려체이면서 만연체이기에 호흡이 길므로, 집중에 집중을 해야만 읽어 낼 수 있는 글이다. 탁월하게 구사되는 어휘력과 현란한 묘사는 가히 어지러울 지경이다.

 

 “일몰의 동해에서 수면에 깔린 빛들은 소멸해 가는 시간의 가루들이다.”(37)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와 파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내(광전효과)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빛이 작디작은 가루(입자)와 에너지(파동)로 이루어져 있지만, 인문학적으로 빛은 소멸해 가는 시간의 가루다.

 이 또한 빛에 대한 얼마나 빛나는 새로운 해석이고 의미 부여인가. 이런 문장을 만나는 날이면 밤새 설레어 잠 못 이룬다.

 

 김훈 기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는 집요하게 탐미적이고, 집요하게 지적이고, 집요하게 모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