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에세이] 낭만에 대하여

 댓글 2026-02-11 (수) 12:00:00 이명숙 수필가
 
한 친구가 떠오른다. 그녀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늘 틈새를 찾아 여유를 즐길 줄 안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서 제일 힘든 삶을 살아야 함에도 거기에 함몰되지 않았다. 빈곤 속에서도 수많은 세상을 보고 즐긴다. 또 바쁜 시간을 쪼개 남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그녀와 함께한 잊지 못할 추억이 많다. 만원으로 하룻밤 숙소와 아침이 제공되는 내설악 영시암에서 바라본 밤하늘, 낙산사의 무료 점심 공양, 그 국수 맛을 잊지 못한다. 그날의 이야기와 정경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낭만은 생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신념이 함께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거기에 유머 한 스푼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삶은 더 풍요해질 거다. 인생을 한발 물러서서 재치 있는 농담도 곁들인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왜 해운대 바다를 먼저 가고 싶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득히 먼 수평선을 보며 평온함을 찾으려 했는지. 무섭게 몰아치던 파도도 결국에는 부서지고 잔잔해짐을 보며 위안받고 싶었는지. 아니면 그저 그리움을 그리워했는지. 나중에 알았지만, 가는 방향과 반대임에도 동생은 그 바다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생뚱맞은 요구에 다음으로 미루자거나 시간 낭비라며 반대할 수도 있었다. 돌아가는 길임에도 배려해준 동생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 그러고 보니 동생이야말로 낭만인 인가 보다.

<이명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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