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 위에
계단 앞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5년 전 마이산의 5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랐을 때다. 오르고 내린 사람의 흔적으로 나무 바닥의 양쪽은 눌린 듯, 살짝 패인 듯 보였다. 빈칸 메우듯 한 발씩 오르내렸을 숨결이 맴돌다가 어서 오라는 인사로 잔바람을 보냈다.
첫발은 힘이 넘쳤다. 겁 없이 덤볐다.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는 한 길(One Way)뿐이다. 얼얼하게 마비된 다리를 이끌고 헐떡였다. 빨리 걷다가 지쳐서 천천히,결국에 견디기 힘들어 계단에 걸터앉았다.
지나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깊은 시간의 무늬가 거친 숨에 끌려 나왔다.위로 올라가라 부추기던 욕망, 손안에 넣으려 했던 소유욕,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조바심. 오롯이 새겨진 눈물과 꿈이 옆자리를 앉아 함께 아래를 바라봐 주었다.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서두르지 말고 앞뒤 돌아보면 가자고 자신을 다독였다.천천히 오른 꼭대기에서 느낄 성취감을 먼저 떠올렸다.
다 올라왔다는 이정표가 보였다. 쾌감이 온몸을 흔들며 땀을 날려 보냈다. 행복하다. 이제 다 왔다.
옆에서 일행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산에 오를 때마다 받는 정기와 겸손함이 있지요.
그래서 한국의 산이 그리워요.
정상에서 맛보는 행복을 나눠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