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당한 날
황당했다. 코스트코에 자동차 개스를 넣으러 갔다. 일반 주유소보다 10센트에서 15센트 가량 가격이 낮기에 항상 줄이 길다. 오늘도 우리 앞으로 차가 10대 가량 서 있다. 의례 그러려니 하고 기다렸다. 사실 15전이 싸다고 가정을 하고 20갤론을 넣으면 3불정도 차이가 난다. 주유소까지 운전하고 가는 동안 드는 개스와 기다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얼마나 절약되는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개스 값에 민감하다. 자동차를 내 몸처럼 의지하는 생활 탓인지도 모른다.
우리 동네가 아닌 Rowland Heights의 Puente Hills Mall의 코스트코다. 앞의 차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차안에서 남편과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순간 남편이 “어. 어” “저 사람 뭐하는 거야.” 흥분을 한다. 두 차가 주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막 맨 앞에 있던 차가 주유를 마치고 떠났는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차 한 대가 우리차를 스쳐지나가 앞쪽의 주유 대에 차를 세웠다. 새치기다. 우리 차 바로 앞의 백인 할머니 차가 그 차 뒤를 세웠다. 결국 우리 차례를 빼앗긴 것이다. 남편은 화를 내며 차에서 내렸다. 나는 놀라서 남편을 오른쪽 팔을 붙잡았다. 그냥 나둬요. 참아요.
남편은 저 사람이 옳지 않으니 말해야 한다며 나를 뿌리친다. 화가 난 그의 얼굴이 무서워 얼른 팔을 나줬다. 차에서 중국계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내려 주유기에 카드를 넣으려 한다. 남편은 “Attendant, Attendant" 하고 부른다. 앞차의 백인 할머니도 새치기를 한 여인에게 다가가 항의를 한다. 중국계로 보이는 여인은 들은 척도 않는다. 남편은 그녀에게 뒤를 봐라 저 많은 차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순서를 지켜라. 그녀는 들은 척도 않고 주유기를 빼든다. 남편은 주유소를 관리하는 직원에게 저 여자의 카드를 뺏어야 한다고 소리치고 당황한 직원을 안절부절 어찌 할 줄을 모른다.
뒤에서 기다리던 한 중국계 남자가 그 혼란을 뚫고 나오더니 다 보았는데 저 여인이 분명 새치기를 했다고 증언(?) 했다. 순간 주유소에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새치기를 한 여인에게 한 마디씩 던졌다. 그녀는 기도 죽지 않고 코스트코 회원이면 누구나 주유할 수 있고, 앞자리가 비웠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기에 내가 간 것이다. 뭐가 잘못이냐고 대들었다.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했던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조목조목 따진다. 일이 커질까봐 걱정이 됐다. 오리엔탈들은 질서를 안 지켜. 누군가가 말했다. 나는 차안에서 자라목이 되었다. 그 지역은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고 나도 아시안이다. 마치 내가 새치기를 한 것처럼 부끄러웠다. 사태가 커지자 새치기한 그녀는 내가 뭘 잘못했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차로 돌아가 자리를 떠났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떠나니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떠났다. 남편은 당당하게 차를 향해 걸어온다. 정의를 지켰다는 생각에서 일까.
아마도 저 여인을 몇 차례 이렇게 새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이런 행위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딱 걸린 것이다. 서로 지킬 것은 지키는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저도 지난번 코스트코에서 겪었던 일을 쓴 '어느 기분 나쁜 날'이 생각나 그 글을 제 서재에 올렸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거기서 거기 같아요....ㅎ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