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과 실상, 그 사이>
비 갠 거리로 나왔다.바람과 비가 먼지를 품고 떠나서인지 찬공기가 상쾌했다.
눈앞의 풍경에 발길을 멈추었다. 미처 빠져나가진 못한 얕은 물웅덩이에
두 개의 똑같은 세상이 펼쳐졌다.
틀린 그림 찾기라도 하듯 한참을 바라봤다.
하늘이 둘이다. 하나가 같은 상을 잉태하는 데칼코마니. 서로 마주 본다.
어긋남의 현상이다. 뿌리를 맞대고 상하로 펼쳐진 나무가 어색하다.
구름이 기름 얼룩진 길바닥에 드러누웠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순간,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나르키소스( Narcissus)가 떠올랐다.
자만심으로 스스로를 내세운 착각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통찰력 있게 보는
자부심을 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나뭇잎 하나가 수면에 내려앉자 물 위 하늘이 일렁이며 구름과 나무가 흔들렸다.
허상은 무너졌지만, 실상은 여봐란듯이 물결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것이다.
덕분에 나도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투영된 하늘이 참 오묘하죠?
'허상과 실상, 그 사이'의 비유, 깊은 수필가의 감성과 지성이 드러나게 하네요.
디카수필의 위력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