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고 유쾌한 이야기.

 

 

 저녁 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쉬는 중이었다. 옆집 로울데스가 전화를 했다. 카니발에 가자고 한다.  근처 오래된 성당의 주차장과 그 옆의 공원에 일 년에 한번 놀이동산을 만든다. 금토일 3일 동안 이루어지는데 그 곳에 가면 동네 사람들을 거의 다 만난다. 여러 종류의 놀이 기구들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번쩍이는 불빛을 하늘에 뿌린다. 낙하산 타듯 높이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 놀이 기구 앞에는 젊은이들이, 아기 코끼리 덤보나 곰 모양의 꼬마 기차 앞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은 부모가 길게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간이 무대에는 마리아치 밴드가 나와서 공연을 한다. 무대 앞의 넓은 공간에는 쌍쌍의 커플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춤을 춘다.

이미 식사를 했고 저녁 마실 삼아 나온 길이지만 살살 풍기는 음식 냄새에 뭔가 사야할 것 같은 충동이 일었다. 함께 나온 이웃집 로울데스는 나초와 음료수을 사자고 했다. 그냥 돈을 내고 사는 것이 아니고 현금을 토큰으로 바꾸어 사용해야 한다. 천막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한 히스패닉 여자가 다가왔다. 토큰 하나에 1불인데 3개를 나에게 내밀며 바꾸어 달라고 했다. 옆에 있던 로울데스가 통역을 해 주는데 집에 가려하는데 토큰이 남아서 마침 돈으로 바꾸려던 참이라고 했다.

오케이, 나는 3불을 주고 토큰과 바꾸었다. 나초 하나에 음료수를 사려면 4불이 필요해서 다시 줄을  서서 토큰 하나을 더 바꾸었다. 음악 소리에 번쩍이는 불빛, 사람들의 웅성웅성, 놀이 기구를 타며 지르는 단발의 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뜅겨져 와 나를 뒤흔든다.

음식을 파는 부스 앞에 줄을 섰다. 로울데스는 나초와 음료수를 사서 손에 들었다. 다음은 내 차례. 우나 나초 이 우나 코카. 자연스럽게 넘어 갔다. 시 시 (예스 예스). 토큰 4개를 건내 주었다. 순간 나이든 히스패닉 아주머니는 토큰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며 뭐라고 길게 말한다.

뽈게 왜 그래? 여기까지가 내 스패니시 실력이다. 로울데스 로울데스. 친구를 불렀다. 두  히스패닉 여인은 내가 준 토큰을 보며 계산대용 커피 통에 들은 토큰을 비교해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는 붉은 색 토큰을 사용하는 오렌지색 3개를 내가 줬다는 것이다.

아하. 그러니까 줄을 서 있을 때 다가 왔던 여인이 내게 사기를 친 것이다. 작년 것은 올해 사용할 수 없으니 어두운 밤이라 색을 구별할 수 없었고, 어눌해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내가 목표가 된 것이다.

잠시 부스 안의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의논을 한다. 대부분이 성당의 교인들로 자원 봉사를 한다고  했다. 카니발의 이익금 중 일부가 성당에 기금으로 사용되기에 놀이 기구 담당자 외에는, 청소나 음료수 파는 일들은 교인들의 몫이라고 했다.

좀 전의 나이든 여인이 다가와 내 손에 나초와 음료수를 쥐어준다. 다음부터는 정해진 곳에서만 토큰을 바꾸라는 주의사항도  말해 준다. 그라시아스 그라시아스. 감사의 인사를 하며 돌아서서

로울데스와 마주 보고 웃었다. 우리를 기다리는 로울데스의 남편 헤수스와 조에게 다가가며 " 나 사기 당했어." 큰소리를 말했다. 두 남자는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는다는 몸짓으로 으쓱 어깨를 올린다. 많은 사람을 헤지고 걸어 가는데 갑자기 궁금했다.

 왜  즐거울까. 공짜로 받은 것 같아서, 아니면 어이가 없어서,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의 마음이 고마워서, 내가 동양인이라 특혜를 받아서.

카니발(carnival)= 페스티벌(festival)=축제.

즐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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