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통로

-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님을 애도하며

                                                                                                                                    헬레나

 

  

 죽음의 소식은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언제나 내게 놀라움과 슬픔으로 다가온다처음 그의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들었을 , 왠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기사를 찾아 읽게 되었고, 알게 될수록그  인격의 향기가 오래도록 내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쉽게도  만나본 적도, 대화해본 적도 없지만, 유경촌 주교님에게  친근감을 느낀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천주교(카톨릭) 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막냇삼촌이 젊은 시절,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를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사람의  맑고 청빈한 인상이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들어,  시야에 자꾸 오버랩이 되었다

 

  유경촌 주교님이 생시 어느 성당에서 강론하던 <마르셀리노의 기적> 이야기를 신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우연히 유튜브로 보게 되었다. 책의 원제는 <빵과 포도주의 마르셀리노>인데 스페인 작가 호세마리아 산체스 실바가 1953년에 발표하였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당시 신학생이던 막냇삼촌이 방학 선물로 책을 사다 주셔서 정말 감동적으로 읽은 인생 책이기도 하다. 그때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정도였으니 기억을 제대로 없지만, 귀여운 악동 마르셀리노가 기둥에 기대어 서서 사과를 베어먹는 사진이 박힌,  윤기 나는 빨간 테두리의 ,  대강의 줄거리를 오랜만에 더듬어 본다.

 

 마르셀리노는 유아였을 때, 강보에 싸여 어느 프란시스칸 수도원 앞에 버려졌다.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 수사들은 그를 수도원에서 키우기로 결심하고, 그날의 주보 성인 이름을 따서 '마르셀리노'라고 이름 지어주었다.  아기는  열두 수사님의 사랑과 보호 아래 귀여운 소년으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느 , 출입이 금지된 이층 다락방에  호기심이 생긴 다섯 살의 마르셀리노는, 혼자 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커다란 십자가에 달린, 배고프고 헐벗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부터 마르셀리노는 빵과 포도주와 이불을 비밀스럽게 예수님께 갖다 드리며  친구가 되었다. 마침내 마르셀리노가  천국에 있는 자신의 엄마가 보고 싶다는 소원을 예수님께 털어 놓았다.  예수님이 그를 품에 안아 주시고, 마르셀리노는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영원히 잠이 들었다.

 한편, 마르셀리노의  근래의 수상한 행동을 미행하던 식사 담당 수사가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사실은 다른 수사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져 충격과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마르셀리노의 장례에 끝없는 인파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예수님이 지금도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며 함께 고통을 나누고 계신 , 그리고, 얼마나 우리와 만나길 기다리고 계신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또한, 신앙인에게 죽음이란 두려워할 무엇이 아니라 영원한  희망의 통로일 있다는 것도.

 

 내가 주목한 주교님의 영성 가지 공감한 부분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그의 신심이었다. 또한 이제껏 살아오며, 성모님에게서 인생의 많은 답을 얻곤 했다.

 

 그가 독일에서 윤리 신학 박사 학위 유학 시절, 시간이 때마다, 주변의 여러 작은 아름다운 성당들을 방문하곤 했단다. 가는 곳마다 그곳에 있는 성모상에 경배하고,   동안 거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혹은 기적들을 알아보는 것이 그의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수태고지(Annunciation),  소녀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고,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엄청난 예고에 몹시 놀라지만,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깊은 신앙으로 일생을 하느님 뜻에 순종하며 살았다.

  유경촌 주교도 일반 사목 신부 시절,  교황청으로부터, 주교로 처음 임명을 받았을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치 마리아가 수태고지를 받았을 때처럼 당황했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프란시스코 교황님의 뜻에 순종했, 그래서 더욱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다.

 

  생시 사람들로부터 가장 가난한 주교 불리었던 그는,  주어진 업무만 해도 상당했을 텐데,  시간을 쪼개어 많은 일을 했다.

 국밥집을 차려 매주 배고픈 노숙인 형제자매들에게 손수 나눠주었고,  산타클로스가 되어 어린 희소병 환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찾아 위로하고, 자살 예방에 관한 일도 했다. 주로 소외되고 , 어려운 처지인 사람들을 위해, 주교에게 배정된 승용차 대신 25 된 자신의 차를 여전히 몰 일용할 양식을 배달하는 , 자신의 모든 사비를 털어 자선을 베푼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한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청소년을 위한 고해 성사와 미사가 있던 자리에서  ‘KBS 어린이 합창단원이던 실력을 발휘해 걱정 말아요 그대 열창하였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 그의 노래에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던 청춘들은 열광하였고, 위로와 힘을 얻었다.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는  지구를 다시 살리기 위한 생태 운동까지 참여하고 책을 집필하는   그의 활동 사항은 참으로 다양했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투병 중에도 장애인 약자를 위한 이웃사랑활동을 계속 유지해왔다.  

 

 마르셀리노처럼 어려서부터 예수님을 너무 사랑해서 신부가 되었고, 사랑으로 충만했던 모습, 소박하고 겸손한 태도로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며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사람. 그는  많은 사람들의 발을 닦아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8 15, 성모승천대축일(Assumption), 성모 마리아의 영혼과 육신이 하늘에 들어 올림을 받은 , 또한 우리 민족이 식민지 치하에서 해방된 거룩한 , 향년 62, 유경촌 주교님의 영혼이  성모 마리아 안겨 하늘나라로 불림을 받았다.

 

주님,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