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를 애도하며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직원이 사망할 때마다 그 부고를 사내 이메일로 알려준다. 회사가 크기 때문에 그런
이메일을 꽤 자주 받는 편인데, 그때마다 늘 마음이 짠하다. 대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부서 직원들의
소식이라 한번 읽고 그들의 명복을 잠시 빌어준 후 삭제해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오늘 아침 받은 부
고 소식은 너무 뜻밖이라 놀라움과 안타까움으로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질 않는다.
제너럴 매니저가 보낸 이메일에는 제니스의 부고 소식과 함께 그녀 사진이 함께 들어 있었다. 캘리포니아 태
생 특유의 순수하고 마음 좋아 보이는 인상에 긴 금발과 푸른 눈동자의 중년 백인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
습이다.
이메일은 그녀가 한 직장에서 반평생을 몸담아 오며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해왔는지, 또 직장 동료들과 고객
들에게 얼마나 다정하고 친절했으며 항상 최선을 다해왔는지 다음과 같이 전해주고 있었다.
Janice was an energetic and hard-working friend who never hesitated to go above and beyond for
coworkers and customers. She was always willing to lend a hand to support the team. Her
resourcefulness, solution-seeking drive, and intelligence contributed to her being sought out by
staff for her expertise.
그녀는 생시 동료들에게 자신이 입양한 애견에 관한 얘기하기를 즐겼으며 여가시간에는 여행과 지오캐싱(
Geocaching 신종보물찾기), 둠 비디오게임과 스티븐 킹의 소설, 추리와 정치소설, 그리고 할리우드 고전 영화
와 현대 액션 영화도 좋아했다는 개인적인 면도 회고하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다른 부서에서 일했기 때문에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주 일 관계로
전화 통화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다정하고 유쾌하게 나의 이름을 부르며 문의하는 일마다 성심성의껏
도와주었다. 그녀의 음성은 언제나 활기차고 따뜻하며 그녀의 태도는 오랜 근무 생활에도 남들처럼 타성에 젖
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신뢰감을 주었다. 그런 그녀 덕에 나의 사무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었고
또한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도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녀가 전화를 직접 받지 않아 궁금했는데 이런 일이 있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비록
대면으로 만나보지 못한 사이지만 마치 친한 친구를 잃은 것처럼 미안하고 마음 아프다. 사진을 보니 직장에
오갈 때 스치며 본 듯한 얼굴이지만 전화로만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미처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스타벅스 커피라도 사 들고 그녀를 먼저 찾아가 그동안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인사를 나누었다면
그녀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랬다면 서로 교감하고 우정을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미
처 시간을 내지 못한 점이 이제와 무척 후회스럽다.
그녀의 가족에 의하면, 그녀는 자신의 장례에 보낼 꽃이나 조의금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자선단체나, 특히 감
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선물해 주기를 원한다고 유언했다고 한다. 제너럴 매니저는 그녀의 부재가
남아 있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들에게 앞으로 오랫동안 그리움을 불러올 것이라며 서러운 애도의 끝
을 맺고 있다.
나의 인생에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알고 지내며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충격
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생사일여’를 되새기며 짐짓 초연해 보려 하지만 아쉽고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잠시 이 지구별에 여행 와있는 나그네가 아니던가? 어떠한 인연으로 말미암음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나와 시공간을 함께 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제니스가 내게 했듯이 그렇게 나도 긍정적 바이러스로 사랑과
도움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도, 그녀가 나의 이름을 반가이 부르는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가 마치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온갖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마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러운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아침 햇살에
투명한 이슬로 반짝이는 사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온화한 미소로 답해주는
마음이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코 화려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으면서
소박한 삶의 모습으로
오늘 제 삶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 하나
고이 간직하고 싶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正見(정견), '바르게 보는 눈' 갖기를 열망하고 노력했는데 다 부질없게 되었다. 내 가까이 있던 '아름다운
사람' 하나 알아볼 수 없는 이 맹안을 어찌한단 말인가?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제라도 시 속의 주인공이었을 사람, 제니스씨 영전에 명복을 빌며 이 시를 바친다.
우리 인간은 언젠가 한 번은 작별을 해야하겠죠, 그들이 두고간 아름다운 마음과 정신과 혼이 우리로 하여금 더 잘 살도록 격려하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