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인 작가 김주혜(37)가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올해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한국계 작가의 소설이 또 한 번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됐다.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은 10일(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러시아어로 번역된 소설 중 김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세계적인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휴머니즘과 문학성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2003년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김 작가는 최종 후보에 오른 10명 가운데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를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김 작가는 이날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키릴 바티긴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역대 수상자로는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문인 오르한 파묵, 중국 위화 작가 등이 있다.2021년 발표된 ‘작은 땅의 야수들’은 김 작가의 데뷔작으로 2022년 국내에도 출간됐다. 일제강점기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여성 옥희를 주인공으로 굴곡진 근대사를 유려하게 풀어냈단 평가를 받는다. 파벨 바신스키 톨스토이 문학상 심사위원은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톨스토이 소설에 비견될 만큼 투명하고 성숙한 완성작”이라고 평했다.
김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날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날과 같다. 그는 1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이 한국 문학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이시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로 굉장한 영광”이라고 했다. 또한 ‘케이(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평가에 공감한다며 “작가 개개인의 실력이나 업적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문학번역원 등 국가적 지원에 더해 문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일궈낸 쾌거”라고도 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김 작가는 프린스턴대에서 미술과 고고학을 공부했다. 2016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보디랭귀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수필과 비평 등 기고문을 써왔다. 2019년에는 고 최인호 작가의 단편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The Biggest House on Earth)을 번역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