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손자 윌리엄

                                                                                                                             유숙자

                                                                                  

                                                

    근래 소식이 뜸하던 작은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부가 궁금하여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더니 석 달만이다. 아들 내외는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캔자스로 가서 산모 가족과 함께 지내다 왔다고 한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의 보호자 자격으로 산실에 들어가 탯줄을 자르고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 눈물이나더라 했다. 팔딱팔딱 뛰는 어린 심장의 박동이 가슴으로 전해졌을 때 생명의 신비, 생명의 존엄에 감동하여 감사기도를 드렸단다. 아들 내외는 산모의 서운함을 덜어 주고  모유도 공급받으며 여유있게 머물다 온 것이다.

2주쯤 후에 아기의 사진을 보내 왔다. 건강해 보이는 남자 아기. 흑인 특유의 넓적한 코가 잘생긴 귀여운 아기이다

 

몇 년 전, 아들이 양자를 들이고 싶다는 말을 언뜻 내비친 적이 있다. 그 후, 잊고 지낼만하면 드리없이 불쑥불쑥 이야기를 꺼내더니 지난해 성탄절 가족 모임 때 곧 아기를 데려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911테러 이후 외국에서 들어오는 아기를 잠정적으로 금하고 백인은 입양아가 거의 없어 아무래도 아기를 많이 낳는 흑인일 가능성이 높다 한다

나는 갑자기 흑인이라는 말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뭐 흑인?’ 하고 반문했다. 아들 내외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느냐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쳐다본다. 편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의식 속에 동양 아이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침착한 Hyun Elizabeth가 몇 년을 두고 심사숙고하여 결정했을 텐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저 마음이 착잡할 뿐이었다.

 

현과 엘리자베스의 뜻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가족 구성은 동양 아기이거나 백인 아기가 들어와야 할 것이다. 한 가족의 피부색이 제각기 다를 경우 주위에서 받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아이가 자라면서 가족 구성 탓에 주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이것이 한국식 사고방식이나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상담을 거쳐 준비하고 진행시켰기에 더는 아무 내색을 하지 않았다. 현은 한국을 어려서 떠났기에 한국 정서가 더 이상 의식 속에 잠재해 있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이 입양하는 아기이니 모든 결정권은 본인들이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

 

미국에서는 사생활에 대해 일절 묻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며느리는 백인이고 아들은 동양인인데 아기가 흑인이라면, 혼란스러워진다. 아들 내외는 선뜻 환영의 의사를 표하지 않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가난하고 기를 능력이 없어 불쌍하게 자랄 아이, 데리고 와서 잘 키워주고 싶다는데 왜 부모의 표정이 저럴까. 아들 부부의 얼굴에 난감한 빛이 어린다.

천천히 기다리면 분명 현과 엘리자베스를 닮은 예쁜 아기가 태어날 것만 같았다. 현도 미남이지만 내 며느리 엘리자베스는 자태가 아름답고 미인이기에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더없이 예쁘고 잘생긴 아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했었다.

   

현과 엘리자베스는 같은 대학 출신이고 샌터바바라에서 오랜 교분을 유지했다. 불어를 전공한 며느리가 졸업 후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었을 때 사랑을 키운 것 같다. 길지 않은 동안 파리에 머물다가 미국으로 돌아와서 결혼했다.

 

    내 추측으로는 알레르기가 심한 엘리자베스가 전문의가 처방한 약을 계속 먹어야 하기에 아기를 갖기 힘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음식도 가리는 것이 있어 영양 섭취가 골고루 되지 않아 그런지 몸이 약해 보였다. 그 건강 상태로는 출산에 무리가 따르기에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이 입양을 생각해 내지 않았을까.  

    그런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던 나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 아기가 없자 넌지시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더구나 며느리가 아들보다 3년 연상이고 초산이 늦어지면 힘들 것 같아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속내를 떠봤다. 그때 현은 분명한 어조로그런 물음은 실례라 하여  입을 다물게 했다. 부모가 자식의 2세를 기다리며 묻는 것이 실례라 하니 나는 교양있는 어머니로 남으려고 다시는 아기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즈음 대기업의 부사장 부인인 조안 여사의 인터뷰를 보았다. 자신의 자녀가 있음에도 지체부자유 어린이 6명을 입양했는데 그중 3명이 한국 아이라 한다. 남편이 회사 중역이어서 가정 경제를 감당할 수 있어 다행이라 했다. 8자녀를 보살핌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들로 인해 기쁘고 보람있게 살 수 있어 행복하단다. 조안 여사의 인터뷰는 내 안에 일고 있던 갈등을 단번에 날려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편협하게 생각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아들네가 양자를 들이는데 5년여 세월이 흐른 것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반드시 양부모가 있어야 하고, 출산 시 아들이 탯줄을 끊기 원해 그런 조건이 쉽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아기를 기다리느라 경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고 입양기관에서도 많은 수고를 하여 드디어 아들네 조건에 맞는 아기를 찾아주었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면서 부터 양자를 생각하던 아들 내외는 세월을 기다리며 찾은 끝에 결혼 10주년 선물로 아들을 얻게 되었다.

 

William Tedros Yu. 내 손자 이름이다. 윌리엄의 법적 책임은 부모와 동일하게 큰아들도 져야 했다. 그럴 리야 없겠으나 만약에 작은아들 내외에게 사고가 생겨 양육할 수 없을 경우 큰아들 내외가 “Legal Guardian이 되어 아기를 책임진다는 쉽지 않은 법적 사인을 했다. 캔자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어느 가정의 일곱째 아기가 작은아들네 장남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 입양되었다. 아직 아기를 보지못했으나 추수감사절 즈음에는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입양 문제를 꺼냈을 때 기쁘게 받아들여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나라가 핏줄을 얼마나 따지는 민족인가. 나 자신 모르는 사이에 단일 민족이라는 뿌리 의식이 깊이 박혀 있었던 것 같다.

6. 25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전쟁고아가 많아 고아 수출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말을 들었다. 수많은 고아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입양되었다. 그들이 먼 동양의 피부색도 다른 아기를 입양하여 자신들의 아기처럼 귀하게 키울 때 훌륭하게, 고맙게 생각했는데 막상 내게 닥치니 선뜻 Yes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하나님께서 맡기신 아기이기에 사랑해 주고 보살펴 주고 정성을 다해 키워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현과 엘리자베스의 생각이 더할 수 없이 기특하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류애를 아들 내외가 실천한 것이 대견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기도하는 일, 윌리엄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사랑스러운 손자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들이 입양을 생각했을 때의 소망대로 그 가정의 꿈나무로 튼실하게 자라 사회의 한 개체로서 성숙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 바랄 뿐이다. (2005)   

 

 

 

 

My Adopted Grandson, William

 

                                                                                                             By Sook Ja Yu

 

As if Hyun read my mind, the phone rang. It had been some time since we last spoke.  Hyun and Elizabeth took leave from their work to travel to Kansas to be with pregnant lady who is carrying William.  When it was time, both Hyun and Elizabeth went to the delivery room to cut the umbilical cord. It was such a moving experience that it brought tears to their eyes. The birth of a baby is truly the work of God, it reminds us how sacred and precious human lives are. About 2 weeks later they sent William’s pictures, a healthy baby boy.  He especially has the typical nose that was a characteristic of a black person.

 

Occasionally, Hyun mentioned that he wanted to adopt a baby in passing conversations. Last Christmas, he said that they have located a baby that they may be able to welcome home soon.  Since 9-11, adopting babies overseas has been very difficult, so it is easier to adopt black babies.  My involuntary response was “What, a black baby?” Hyun and Elizabeth’s reaction to my remark was with surprise. It seemed to them that I am a racist. I only assumed that if Hyun and Elizabeth decided to adopt it would be an Asian baby.  That was my assumption.  I was lost for words.  I am sure that Hyun and Elizabeth did not make the decision lightly to adopt and it happened to be a black baby.   It was their decision and who can argue with that decision.

 

I commend Hyun and Elizabeth’s decisions, but I could not help think about the make up of their family – Asian father, Caucasian mother and Black baby.  I was mostly concerned about William, growing up with an Asian father and Caucasian mother may cause him to be teased at school.  People in his community may also not be kind to him. This mindset was the result of my upbringing in Korea, which is a country (predominantly Korean) populated heavily with single race, unlike the United States.  The United States is a melting pot based on immigration communities where we learn to live and respect other cultures.

 

It is Hyun and Elizabeth’s decision to adopt a black baby and I had to respect that. I could not immediately express my happiness over their decision and they were puzzled. Not understanding my hesitation – they were probably thinking “Adopting a baby to provide a warm loving home is a noble thing to do, but why is Mom filled with deep thoughts?”  I believed that given time, they will be able to conceive a baby who will have the traits of handsome Hyun and beautiful Elizabeth.

 

Both Hyun and Elizabeth went to the same college and they have been residing in Santa Barbara for a long time.  Elizabeth majored in French and when she was studying abroad, Hyun and Elizabeth fell in love.  Shortly after she returned to US, they got married.

 

It is my speculation that since Elizabeth has severe allergies and is under heavy medication, that is why it was difficult for her to conceive.  Elizabeth has some food allergies so she was not getting the proper nutrition to maintain healthy body to be able to bear a child.  Maybe that is why they opted for the adoption. Elizabeth is 3 years older than Hyun and I knew it would be difficult to conceive a baby as a mother gets older.  So with great caution, I asked Hyun about having a baby when there was no announcement of a baby after 5 years of marriage.  Hyun said it was impolite to ask such personal question.  Hyun’s response was difficult for me to understand. I was not prying; rather I was concerned as a mother who wants nothing more than all happiness between Hyun and Elizabeth. Since this incident, I have never brought up this topic.

 

I was flipping though a magazine and came across an article of Mrs. Joann, who is the wife of a vice president of a famous company. They adopted 6 children, of which 3 are Korean, when they already had 2 biological children.  Raising 8 children is hectic and chaotic at times, but they get so much joy and happiness from all 8 children.  I was able to erase all my concerns about adoption after her interview.

 

It took Hyun and Elizabeth 5 years to go through the adoption process due to thorough background and compatibility checks.  Not just the arduous waiting process, but it is also costly.  They considered adoption after 5 years into their marriage; and for 10th anniversary, they were awarded with a healthy baby boy.

 

William Tedros Yu – the name of my only grandson.  Hyun’s older brother, Richard agreed to be William’s legal guardian after careful consideration.  William who was born in a small town in Kansas as a seventh baby is now the first child of my son’s family.  I have yet to meet my first grandson, but hope to get this opportunity soon.

 

Now that I think back, I regret that I did not show immediate enthusiasm of adoption.  Korean culture heavily emphasizes blood relationships.  I was totally engulfed in that culture.

 

Since the Korean War in 1950, we had so many war-orphans that we were labeled as a country that exports children.  Many war orphans were adopted by generous and loving parents all over the world provided them families otherwise they would not have.  I knew all this in my head, but when adoption became part of my son’s family, I was not able to embrace the thought immediately.

 

I am truly blessed with Hyun and Elizabeth’s decisions, as we are all Gods children, that they have the warmth and care to provide a loving home for those who are less fortunate.  I pray every day, every waking moment that William is healthy and walk in God’s light.  I am proud of Hyun and Elizabeth and I thank God that they are blessed with William.  

 

Translator : By Lisa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