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르게나우 마을의 수용소

유럽의 여느 시골 마을과 다름없는 한적한 곳, 폴란드 오시비행침에 있는 아우수비치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앞에 도착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안개 같은 이슬비가 내린다. 

이 시기에 동유럽의 전형적인 봄 날씨인 햇빛과 비가 하루에도 자주 바뀐다. 

눈앞에는 단조로운 공장 같은 벽돌 건물들이 길게 세워져 있다. 철도가 건물 앞까지 이어진 건널목에 내렸다,

철길 사이로 수많은 편지가 수북이 쌓여 긴 철길 따라 놓여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누군가 보낸 편지가 주인을 찾지 못해 갈 길을 잃고 이곳 철길에 쌓여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 앞에 검은 모자와 검은 정장을 입은 한 무리의 나이 든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옷차림이다

철길에서 수용소 건물까지 걸어서 들어가는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ARBEIT MACHT FREE”라는 대형 글자가 철문 위에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는 노동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왼쪽에 공장 같은 붉은 벽돌건물이 길게 들어서 있고 앞뜰 잔디밭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쇠붙이로 된 철봉이 있다.  담벽에 붙어 있는 벽난로도 눈에 띈다.

가까운 제1전시실로 들어갔다. 입구를 들어서자 수용인들이 사용했던 신발, 그릇, 안경. 아이들의 옷과 장난감, 생활용품, 머리를 잘라내어 카펫을 만들었던 머리카락, 가스가 모자라 사용했던 치클론 B 가스통 등이 시간과 함께 퇴색한 색깔로 한 무더기씩 쌓여있다.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전시물을 보자 몸이 움츠러든다.

벽에는 걸려 있는 사진 속 사람들은 큰 가방을 들고 두려운 표정으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체 기차를 기다리고 있고, 더러는 짐칸 같은 기차 안에  뒤엉켜 있다. 아이들은 옷도 걸치지 않고 뼈만 남은 지친 얼굴에 공포가 가득하다. 커다란 구덩이에 앙상한 시체들이 가득 쌓여있는 사진은 공포의 극치다. 넓은 전시실을 차마 다 볼 수 없어 그만 밖으로 나온다.

오시비행침 수용소에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폴란드인, 러시아, 프랑스인, 체코인. 네델란드인, 정신병자들도 이곳에서 갇혀있다 학살당했다. 노동에 쓰임 받지 못한 15살 이하 어린아이나 병약한 사람들, 노인들도 가스실로 사라졌다. 나치는 집시들도 유랑 생활이나 문맹, 유전적 열등인 이라고 여겨 게토에 넣고 집단 학살했다.

아돌프 히틀러 치하 나치독일 이전부터 대량학살과 강제노동이 있었으며 이런 참혹한 시설이 유럽 각국에 여섯 군데가 더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과격한 사상이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한 것에서 가져온 비극을 경고한 장소이다. 미쳐 다 보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오자 들어가면서 보지 못했던 끔찍한 장소들이 눈에 띄었다.

총살을 집행한 총살의 벽, 시신 소각장, 가스실등이 있고 담벼락에는 고압 전기 시설이 2층으로 되어 있다

‘노동만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노동을 할 수 없는 자는 여기에서도 살아남지 못하고 죽음 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곳이었다.

수용소 밖으로 나오자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검은 옷에 머리에는 손바닥만한 둥근 모자를 쓰고 역시 빙 둘러 모여서서 기도를 한다. 날씨 때문인지 찬 기운이 온몸에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