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선생의 시낭송회에 가다.
일주일 전 소설가이며 시인인 k 선생님으로부터 mount ST marry university 대학에서 북 데이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K 선생의 시 낭송도 순서에 들어 있다니 모처럼 바람도 쐴 겸 한국에서 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섰다. 구글 지도에 주소를
넣고 평소대로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로 길을 안내해 주는 대로 프리웨이를 들어선다. 학교 이름이 생소했지만 평소대로 지 피예스가 늘 친절하게 알려 주었으니, 겁날 것 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50분쯤 지나 프리웨이에서 내리라는 명령이다. 큰길을 따라 이곳저곳을 끌고 다닌다. 나중에는 막다른 골목까지 들어가라는 지시를 한다. 운전하고 있는 애꿎은 남편을 탓한다. 예전에는 먼 길도 종이에 적은 주소 하나만 들고 초행길을 잘도 찾아다녔는데 구글 지도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자주 이 앱을 사용했건만 오늘따라 오락가락하니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남편은 투덜대다 아예 꺼버린다. 한참을 헤매다 다시 전화기를 켰다. 좁은 골목을 구불구불 지나 제법 경사진 산으로 올라가라고 감정도 없이 침착하게 말한다. 이쯤 되면 기계가 주인인지 사람이 주인인지 헷갈린다. 주객이 전도되어 기계의 음성 한마디에 사람의 희비가 달려있다니.
중턱을 따라 오르니 경비실이 보인다. 한참을 더 올라가도 보이지 않던 캠퍼스가 눈앞에 나타난다. 평지에 넓은 캠퍼스를 상상했던 내 생각이 빗나간다. 산꼭대기에 오르니 평지와 같은 넓은 공간에 고풍스럽고 운치 있는 캠퍼스들이 숲속에 들어 서 있다.
이 대학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가톨릭계의 역사 깊은 대학이다. 한국어가 개설되어 있고 요즈음 한류 열풍에 제법 인기가 있다. 그중에서도 k-pop도 한몱하고 있다. 다음 학기부터 한국학을 담당하게 될 여자가 자기를 소개한다. 히피풍의 복장을 한 30대쯤 되어보이는 한국여자는 조금은 분망해 보이고 들떠있는 듯하다. 열정적으로 보이는 그 여자는 그 일을 담당하게 돼 기쁘다고 한다. 일찍부터 일본어가 개설되어 전통 있는 학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우리 한국문화와 한국어도 학생들의 관심이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K 선생이 준비해 간 많은 시집. 수필집, 단편 소설이 외국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지 한 권의 책도 남김없이 모두 가져갔다.
어머니가 입고 간 한산모시 한복이 그들 눈에 이색적으로 보이는지 학과장이 학생들 앞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한복에 관해 묻는다.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의 한복을 소개하는 좋은 자리가 되었을 텐데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곳 미주에 있는 문인들은 열심히 문학 활동을 한다. 한국에 있는 관련 교수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문학의 흐름을 익히기도 한다. 분과별로 작품집도 내고 개인 출판기념회도 자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문인들의 잔치일 뿐이다. 독자가 없는 작품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문인들의 귀한 옥고로 출판된 책들은 여러 사람이 읽히지 못하고 어느 서재의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면, 일회성이며 종이만 소모할 뿐이다.
한국어가 개설된 학교나 단체와 연계하여 적극적으로 우리의 문학과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행사에 들러리를 서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학교나 유관 단체에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개인이 출판한 책자나 장느별로 출간된 책자를 배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미주에 있는 문학단체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문학인들이 더 고령화되기 전에 추진해 볼 일이다. 젊은 회원은 없고 기존의 회원은 6, 70대가 주류를 이룬다. 50대가 젊은 세대다. 이곳에서 자란 자녀들은 한국문학에 언어적인 문제가 따른다. 문학이 아니더라도 볼거리 놀거리들이 너무 많아 관심도 없다.
문화는 한 민족의 혼과 같아 대대로 이어져야 할 우리의 과제다. 이런 방법으로도 서로 연계하여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을 이해하고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작업은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지에 나와 있는 우리는, 문학인은 우리끼리의 잔치를 떠나 외연을 넓혀 우리의 문학과 문화를 알리는 단체가 된다면 더 뜻있는 일이 될 것이다. 어느 개인의 힘보다는 단체가 힘을 합쳐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