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
오랜만에 찾아온 서울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넘쳐나며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쇼윈도우 안의 풍경은 세련되고 윤기가 흐른다. 진열된 물건들도 풍성하고 품질이 좋아보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은 느낀다. 내가 살아 본 몇몇 나라의 여느 도시 못지않게 외국인도 많아졌고 함께 어울려 사는 국제도시가 되었다. 자주 고국을 방문하지 못한 탓인지 익숙하면서 낯선 느낌이다. 무리 속에 속하지 못한 변방인이 되어버린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딱히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생경함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다 해도 나의 정체성이 결코 그들과 완전히 융화될 수 없을 때처럼. 변화된 고국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두 개의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왕래가 빈번해 딱히 경계인이라고 말할 것도 없는추세이며 세계의 흐름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고 지금은 국경을 넘나드는 노마드시대에 나의 정서가 따라가질 못할 뿐이다. 이 모호한 정체성은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부리지 못하는 나의 어줍잖은 방랑기와 내가 알지 못한 세계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탓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과의 시작은 언제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네 곳의 나라를 거치면서, 내가 선택한 미국에서 비로소 정착하고 마음을 부리고 산다. 얼마 전 함브르크를 다녀와서 한때는 그곳에 정착하고 싶어 심각하게 고려했던 생각이 났다. 사철 푸른 숲과 쾌적한 환경, 죽을 때까지 든든한 사회보장제도, 오랜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고풍스러운 도시에 대한 미련. 아직도 호기심이 많은 것은 아마 내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철들지 않은 미지에 대한 동경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의 근원을 내가 태어난 고국이고 나의 본향이다. 밖에서 온종일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다 일과 후 집으로 돌아와 비로소 하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