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슈바빙

 

슈바빙은 오랜 나의 꿈의 도시였다이번 여행에서는 그룹 여행이지만 뮨헨을 들린다는 스케줄을 보고 

내 마음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으로 가슴이 뛰었다.

이른 아침함께 할 일행들을 태운 버스가 뮨헨 구시가지 공원 옆. 오래된 레스토랑 앞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위해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가니 식당 안엔 퇴직한듯한 나이 든 두 남자가 식당 구석에서 찻잔을 앞에 놓고 느긋하게

신문을 읽고 있다식당은 시간의 더께가 끼어있는듯 간결하고 오래된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고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감자와 독일의 정통 소세지삶은 양배추로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중에도 나의 관심은 슈바빙을 들릴 것인가였다더는 참지 못하고 가이드가 지나가자  물었다

그는 미안한 듯 아쉽게도 시간상 그곳은 들릴 수 없다고 한.

 이번에도 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어쩌면 늘 마음속에 그리운 곳으로 남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고 생각 한다.

젊은 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의 갈망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을 때먼 곳에의 그리움모르는 얼굴과 낯선 곳에서 혼자이고 싶을 때나는 늘 슈바빙 거리를 생각했다보슬비가 자주 내린 회색 어두움과 함께 소리 없는 안개비노란 가스등축축한 아스팔트겨울에도 초록 이파리를 메달고 있는 한적한 영국 공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곳을 그리워한 것은 아마도 20대 초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없었다라는 전혜린의 수상록을  접하고 난 후부터였다젊은 날 읽었던 그 강렬한 느낌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언제가 찾아 가보리라는 마음을 먹었다삶에 지쳐있을 때 떠나고 싶은 곳안개비와 노란 가스등이 있는  슈바빙 거리를 혼자 걷는 꿈을 꾸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어 이웃 도시까지 갔었지만 특별한 볼일 없이  단지 가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슈바빙은 언제나 전혜린과 오버렙 된다. 독일인이 사랑한 이미륵이 살았던 곳라이너 마리아가 시를 썼던 곳

혜린이는 1950년대 초슈바빙 거리를 이방인 눈으로 본 풍경과 계절의 느낌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전혜린이가 자주 들렸던 카페 제로제는 파일리츠쉬 스트라쎄 32번지 길모퉁이에 아직도 그대로 있다.

여행 떠나기 전 인터넷에서 찾아본 슈바빙의 최근 소식에는 혜린이 죽은 지

48년만인 지난 2013 7월에 낯선 이방인에 불과했던 독일인들이 카페 제로제에 모여서 추모 행사를 열고 그녀가 앉았던 그 자리에서 제로젠크라이스(seerosenkreis)가 전혜린의 글을 낭독하고 음악회를 열었다고 한다그동안 한국인들이 끊임없이 슈바빙을 찾아 카페 제로제에 와서 전혜린을 아느냐고 물었던 덕분이다지금도 한국인들은 전혜린을 만나러 슈바빙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가보지 않았던 슈바빙을 나 혼자만 그리워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오그리운 슈바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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