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천사의 얼굴

 
곤경을 당한 이를 보면 타고난 본성이 드러날까.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모양이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설은 이웃이 물을 가져다주고, 또 다른 이는 청심환을 건넸다. “나도 며칠 전에 사고 났어요. 보험 있으면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평소에는 모르던 사람들 사이에 인정의 꽃이 피어난다. 미역국을 끓여다 준 이웃, 감자탕을 건넨 옆집 부인. 게이트를 부셨어도 힐난하지 않은 관리자, 보험회사와 삼자 통화로 영어를 대신 해준 봉사자, 이런 베풀음 가운데서 사람의 정을 본다. 그런 따뜻한 행위와 말 속에서 선한 인간성을 본다. 그 순간의 충격과 떨림에서 나와 다른 이를 보며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눈 앞에서 경험한다. 사람은 외부 환경에 따라 선한 행동이나 악한 행동 혹은 제 입장에 따라 선악의 양면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천사들은 곤경에서 얼어붙은 듯한 내 몸과 마음을 녹이는 천상의 마음이다. 어쩌면, 사고를 낸 사람을 힐난하기 쉬울 텐데, 아무도 그러지는 않아, 고맙다. 내 안의 이기심이 드러나지 않아 안도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역시 난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본다. 인간의 본성은 항상 굳어 있는 석고는 아니다. 나를 갑작스러운 흑암 속에 밀어 넣은 그날의 사고. 그 속에서 내 마음을 다독여주었던 것은 온정이다. 사고가 없었으면 영 모를지도 모르는 사람의 따스함을 보았다.

어떤 혹한에도 온기는 얼음을 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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