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4 (목) 01:36:57 이리나 수필가은퇴 후 남편이 뜻밖의 도전을 시작했다. 평생 숫자와 씨름하며 어카운팅만 하던 사람이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집을 직접 고쳐보고 싶다며 직업학교인 ‘Western Valley Occupational School’의 건축 과정에 등록한 것이다. 워낙 인기 있는 과정이라 한 학기를 기다린 끝에야 겨우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업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4주 동안 진행되었다. 기초 공사부터 전기 배선, 페인트칠과 철거를 오가는 하드코어 실습 중심의 교육이었다. 첫날 소식을 들은 나는 적잖이 놀랐다. 수강생 대부분이 교도소를 다녀왔거나 보호 감찰 중인 재소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놀람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재소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먼저 떠올라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괜히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알고 보니, 이 과정은 사회 복귀 예정자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곳이었다. 남편 같은 일반인이 남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편 역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혹시 갱단원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그만둘 각오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자 그런 우려는 조금씩 사라졌다.
교육은 매일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2시 30분에 끝났다. 실제 건설 현장의 근무 시간에 맞춘 일정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엄격한 규칙이었다. 단 1분이라도 지각하면 교실 문은 닫혔고, 세 번 지각하면 즉시 퇴학이었다. 욕설이나 불성실한 수업 태도 역시 예외 없는 레드카드 대상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엄하다 싶었지만, 곧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배우는 만큼, 분명한 기준과 규율이 있어야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한 규율 덕분인지 수업은 질서 있게 진행되었고, 학생들 역시 점차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수업 시작하기 15분 전에 교실 문밖에 서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두 주에 한 번씩 이루어진 현장 견학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시 시작하려는 그들의 마음을 잠시 가늠해 보았다.
처음 13명으로 시작한 반은 14주가 끝날 무렵 10명이 졸업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끝까지 버틴 이들은 곧바로 일자리를 얻었다. 시간당 24달러를 받는 건설 현장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기술 교육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허물을 벗고 새 삶을 세우는 시작점이었으리라. 그들의 앞날에 진심 어린 축복을 빌어본다.
학교 측은 100% 취업률을 위해 남편에게도 취업 의사를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여전히 고민 중이다. 낡은 집을 고치려고 시작한 도전이었으나, 정작 고쳐진 것은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삐딱한 시선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도전은 충분히 의미 있지 않았을까.
<이리나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