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세이] 신비에 둘러싸인 로윈 오크

 댓글 2026-05-27 (수) 12:00:00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책상 위에는 낡은 언더우드 타자기가 놓여 있었다. 그는 원고를 손으로 쓴 뒤 다시 타자로 옮기며 끝없이 고쳐 썼다. 여러 번 출판을 거절당했지만 결국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았다. 방 구석에는 위스키 병들이 흩어져 있었다. 글을 쓸 때마다 술을 곁에 두었고, 작품이 끝나면 폭음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렸던 그의 삶이 떠올랐다.


노벨상 상금으로 꾸몄다는 개인 서재 벽에는 대작 『우화(A Fable)』의 줄거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종이가 날아갈까 봐 아예 벽에 써버렸다는 메모들. 침대에 누워 벽을 바라보며 구상을 이어갔을 그의 집념이 느껴졌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 작가의 치열한 고뇌가 전해졌다.

응접실의 낡은 전화기로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인간은 연민과 희생, 인내를 통해 영원불멸한다고 말한 그의 수상 연설은 지금도 회자된다. 술과 절망 속에서 흔들리던 사람이 남긴 가장 숭고한 언어였다.

이층에는 그가 직접 그린 가상의 도시 요크나파토파 지도가 전시돼 있었다. 그는 작은 남부 마을을 거대한 문학 세계로 확장시켰다. 벽난로 옆에는 승마용 부츠와 넥타이가 놓여 있었다. 말을 사랑했던 그는 결국 낙마 사고 후유증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포크너의 소설은 난해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여 흐르고, 한 문장 안에 삶의 모든 비극과 욕망을 담아내려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쉽게 읽히지 않지만,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존재의 깊은 심연과 마주하게 된다.

“윌리엄 포크너여, 안녕히. 벽에 가득 적어 내려간 당신의 열정을 가슴에 담아갑니다.”

돌아오는 길, 신발에 붉은 흙이 묻어 있었다. 털어내려다 그대로 두었다. 어쩌면 그 흙이야말로 포크너의 흔적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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