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중국인 부부가 이민 가방만큼 큰 가방 두 개를 밀고 들어와 통로를 막고 서서는 넣을 곳이 없어 난감해한다.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사람들도 난감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도 도와줄 수도 없고 도울 방법도 없다. 한 사람이 가방을 훌쩍 뛰어넘어 들어가니 다음 사람도 그 다음 사람도 그렇게 한다. 중국남자가 얼굴이 벌개지며 미안해서 어쩔줄 모른다. 

오지랖이 넉넉한 내가 또 나섰다. 저어-기로 나가면 객실과 객실 사이에 짐을 넣는 칸이 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행히 그는 영어를 한다. 거기는 이미 다른 사람의 짐이 있단다. 
내가 나가보는 시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니 이 남자가 구세주를 만난듯 짐을 끌고 따라온다. 
짐칸에는 이미 박스 서 너개가 질서없이 올라앉아 있다. 잘 정리를 하면 가방 하나 쯤 올릴 공간이 나올 것 같다. 내가 손가락으로 이 짐은 이리 돌리고 저 짐은 그 위에 얹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 공간이 조금 만들어지니 너 가방이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팔을 걷어부친다. 상자 미는 소리를 뒤로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이미 자리에 앉은 아내는 전혀 자기와는 상관 없는 일인듯 앉아서 셀카봉을 길게 들고 자기 얼굴을 비춘다. 남편이 그리도 큰 가방 두 개를 밀고 나갔는데 신경이 안 쓰였을까? 

한참 뒤 돌아온 남자가 나를 보며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덕분에 가방을 모두 잘 넣었단다. 여자는 여전히 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입술을 비틀며 웃는 시늉을 짓는다. 
이 중국 남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항쿡샤럄 아쥬아쥬 친절해해. 하겠지. 
해외 동포가 이렇게 조국의 격을 높이는 일에 일조하고 가는 줄 한국 사람들은 알까? 
나도 입술을 비틀며 씨익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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