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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루터 킹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랜만에 멀리 바람이나 쏘일까 계획을 했는데

딸이 따르릉 전화를 했다. 

- 엄마, 이번 연휴에  no kids weekend trip 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 애들 좀 봐줄래?

- 엄마가 약속이 있는데?

- 으음~~ 할 수없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찝찔했다. 애들 돌보랴 일 하랴 고생인데 내가 좀 심했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전화를 했다. 

-내가 약속을 취소해 볼께

굳이 약속까지 한 건 없지만 그래도 약속을 취소한다고 하면 괜찮다며 사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요것 반응이 맹랑하다. 

- 캔슬할 수 있어?

- 응, 아직 완전히 약속한 건 아니야. 

- 오우, 와우!!!  땡큐~~~  그러면 토요일 아침에 일찍 내려갈께

한마디 사양도 없이 일사천리로 예이~~ 하며 좋아한다. 엄마의 롱위캔드는 어쩌라고. 

 

토요일 아침 일찍 온 차에 짐을 가득 싣고 내려왔다. 

딸랑딸랑 뒤따라와서 품에 안기는 강아지들을 보는 순간 맨날 노는 내게 롱위캔은 무슨? 싶었다. 

하루는 디즈니랜드에 가고 하루는 버블플레이 하우스로 가라는 명령까지 하달하고 쌩 떠나셨다. 

'이모할미'가 아이들 먹을 거 만들었다며 미역국, 무우국 한냄비씩, 갈비도 재어서 가지고 왔다. 

그나마 조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낮에는 끙끙대며 애들 따라 다니고 밤잠은 설쳐가며 사흘을 보냈다. 

아이들 데리러 내려오는 딸에게 아예 점심도 먹고 오라고 했다. 

우리집은 완전 폭탄 맞은 집이되었다는 내 엄살에 대답 또한 가관이다. 

"Welcome to My World" 란다. 엄마 수고했다는 말은 커녕. 

한마디로 오 마이 갓!이다.  

 

집에 온 딸이 5살짜리 손녀에게 땡큐카드를 주며 할머니께 드리라고 했다. 

손녀가 엎드려 뭔가를 그리더니 내 책상 위에 두고 갔다. 

머리가 긴 조그만 두 여자와 키가 큰 머리 없는 사람을 보니

둘은 자기와 동생이고 한 사람은 '할미'인 모양이다. 

땡큐 카드에 땡큐 메세지는 없고 하트 뿅뿅 나르는 자기 이름만 디립다 써 놓았다. 

 

보내놓고 나서 2시간 내리 깜깜한 낮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