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3843 (1).JPG


미국에 처음 왔을때는 한국 사람만 봐도 반가웠고

세월이 조금 지나서는 경상도 사람을 만나면 반가웠다.

내 생활의 반경이 넓어지면서는 부산사람이 반가웠다. 

조금더 미국에 익숙해지면서는 반가운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동갑내기를 보면 금방 마음이 열린다. 

함께 자라거나 같은 지역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똑같은 시대를 똑같이 겪으며, 정확하게 같은 시간을 살았다는 것으로

공유할 것도 많고 나눌 추억도 많다. 

소녀시절에 불렀던 팝송, 가슴 시리게 보았던 영화,  밤을 새워 읽던 소설. 

입시시험을 치르느라 과외에 시달리던 날. 

순간순간 겪으며 살아왔던 세월이... 서로 모르고 살아왔건만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끈끈한 울타리가 쳐진다. 

앞으로 또 얼마를 걸어갈 지 모르지만 친구야. 건강하게 오손도손 서로 격려하며 늙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