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배가 주신 선물이다.
문학상 수상을 축하해주러 상주에서 서울까지 전혀 딴 사람인 듯 예쁘게 차려입고 오셨다.
하얀 비닐백에 꼼꼼하게 포장된 것을 주길래 책인 줄 알았더니 그림 그릴 도구란다. 수채화를 일상인 듯 근사하게 그려내는 게 부러워 훙내 내는 나를 응원해주시나보다. 드로잉펜. 수채물감. 스케치북. 붓. 상주에서 서울까지 이걸 가슴에 품고 오셨나? 호텔에 와서 풀어보는 마음이 뭉클하다. 아하. 이리 따뜻해서 언니 주변에 사람이 그리 많구나. 학교 다닐때도 항상 리더로서 우리를 푸근하게 해 주더니 천성은 안 변한다는 말. 확실하다.
여고를 졸업하고 벌써 45년 째. 무수히 많은 동창 선후배를 만났다. 학교에 다닐 때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몇 십년씩 위나 아래의 기수라도 선배라고 하면 무조건 마음이 열려 존경심이 생기고, 후배라고 하면 보듬어 주고 싶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게 아니다. 선배는 분명한데 도무지 선배 대우를 해주고 싶은 인격이 아닐 때는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서 진심으로 베풀어주는 이런 마음을 만날 때는 더욱 감동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