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수필 26집’을 읽고 / 이정호
재미수필 26집이 나왔다. 또 1년의 결실을 수확한 것이다. 책의 표지가 우리를 평화로운 세계로 이끈다. 멀리 뭉게구름이 보이고 꽃이 만발한 길이 보인다. 그곳으로 마냥 달려서 끝까지 가고 싶다. 11 월 16일 용수산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많은 회원과 손님들이 우리들의 출판 기념회를 축하해 주었다. 모두 다 개성 있는 맛깔스러운 작품들이다. 하나 하나씩 읽어 나갔다.
김민정의 ‘우울증에 손을 내밀다’에서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남편은 회사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우울증에 걸렸다.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짜증도 났고 원망도 하며 지쳐갔다. 그러다가 그 힘든 터널을 극복해 나간다. 그녀는 말한다. ‘이제 나는 해결책이나 답을 제시하는 배우자가 아닌 다정한 이해자가 되려 한다.’ ‘그들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옆에 있어 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고 김영애의 ‘만두’에서는 만두를 인생에 비유하였다. ‘연하고 부드러운 만두피는, 속에 어떤 것이라도 감싸 안아 감당해 내야 하는 것이 우리 삶과 비슷하다.’ 또한 만두를 쪽배, 반달, 버선발로 묘사한다. ‘상 위에 빚어진 하얀 만두는, 강물에 띄워진 쪽배가 되었다. 그리움에 물든 밤하늘의 반달이었나 하면, 세월의 언덕을 사뿐히 내딛는 수줍은 버선발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만두를 통해 지혜롭게 사는 것을 말한다. ‘생을 빚어가듯 만두 속을 욕심껏 많이 넣어 터지지 앉게 하고, 너무 적게 넣어 인색하지 않게 한다.’
유숙자의 ‘그는 나의 음악이었고 그는 나의 노래였다.’에서 음악으로 맺어진 소중한 친구가 갑자기 떠나가 버렸다. 한없이 밀려오는 그녀의 애잔한 마음을 담아내었다. ‘COVID - 19가 손쓸 사이도 없이 친구를 앗아갔다.’ ‘사람 사이에 감정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음악과 맺어진 인연은 음악이라는 특수한 매체로 예술적 교감이 있었기에 더 애달픈 것 같다. 어쩌면 그는 나의 음악이었고 나는 그의 노래였는지도 모른다. 그토록 오랜 기다림 끝에 내 곁으로 다가온 친구는 잠시 머물다 그렇게 서둘러 떠나고 말았다.’
정조앤의 ‘애환의 소리’에서는 나바호 부족 인디언들이 신비한 기운이 서려 있는 그곳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온 모습을 상상한다. ‘그 지역을 잃지 않기 위해 인디언들은 백인들과 피 흘리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존재하길래 그렇게도 집착했을까.’ 또한 그들의 애환을 표현했다. ‘돔처럼 생긴 곳에서 한 인디언이 북을 둥둥 치며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살아온 삶이 노랫말이 되어 구슬프게 주위로 넓게 퍼져 나갔다.’
유영주의 ‘수필과 나’에서는 수필을 씀으로써 그녀에게 찾아온 허전함, 우울감,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고 말한다. ‘밤을 새워 쓴 글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내 마음을 감싸는 기도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글을 쓸 때는 나 지신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또한 보물 같은 수필에 대해 말한다. ‘옹색하고 철없는 나를 홀로 서게 해준 수필은 나 자신에게 준 가장 크고 소중한 선물이다. 포근한 엄마 품 같은 안식처!’
김미키의 디카 에세이 ‘두려움과 마주하기’에서는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니 그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마주보고 있으니 두려웠다. (…)
어둠을 받아들인 두 눈으로 숲 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캄캄한 어둠의 어둠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니
비로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
작가들의 글을 통해서 그들의 삶의 경험을 알고 인생을 배운다. 그들이 살아온 보석 같은 여정을 통해서 우리를 다시 바라다본다. 재미수필 26집은 소중한 책이다. 또 닦고 닦아서 영롱하게 빛나는 다음 재미수필 집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