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목민심서/한국학중앙연구원
사람의 생사가 나 한 사람의 살핌에 달려 있거늘 어찌 밝게 살피지 않아서 되겠으며, 사람의 생사가 나의 생각에 달려 있거늘 어찌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요. 이처럼 선거 시기만 되면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1818년 완성된 정약용(1762~1836)의 '목민심서<사진>'입니다. 이 책은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에서 18년간의 유배 생활을 마치던 해에 완성됐어요. 관직에 몸담은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을 담았죠. 부하 관원을 대하는 법, 돈을 쓰는 법 등 구체적인 지침까지 고루 적혀 있어요. 유배 기간 정약용은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국가 경영에 필요한 책을 많이 썼어요. 그중 목민심서는 '정약용 사상의 정수를 담은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목민'(牧民)은 '백성을 잘 보살펴 안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예요. 여기에 '이는 늘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뜻으로 '심서'(心書)를 붙였대요.

정약용은 지방의 수령으로 일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릴 때부터 민초(民草)들의 생활을 직접 목격했어요. 암행어사로 여러 지방을 순찰하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유배지에서도 늘 백성들의 삶을 살폈죠.

이 시기 조선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19세기 초 조선은 아수라장이었어요. 1800년 정조가 세상을 떠나고 어린 순조가 즉위했어요. 왕권은 약화됐죠. 안동 김씨 집안의 세도 정치가 시작됐고, 지방 관리들의 부정부패도 극에 달했어요. 이런 악순환은 조선 후기까지 계속됐어요.

이에 정약용은 흐트러진 지방 관리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가의 근간이 되는 백성의 삶을 돌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유배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어요. 그 결과물이 목민심서인 셈입니다. 이 책은 지방 관리가 임명돼서 임기를 마칠 때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어요. 책 첫머리에는 짐을 꾸리는 방법까지 나와 있어요. 맑은 선비는 침구와 솜옷 외에 책 한 수레만 싣고 가지만, 탐관오리는 그 수레에 책이라곤 한 권도 넣지 않아요. 오히려 임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 그 수레에 많은 재물을 담아올 생각만 하죠. 이 책에서 정약용은 한 도둑의 입을 빌려 지방관이 '천하의 큰 도둑'이라고 비판합니다. 밤낮으로 정치권력을 잡아 일확천금할 계획만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정약용이 말한 바른 지방관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바른 몸가짐과 청렴한 마음을 가지고 절약하며 살아야 해요. 청탁을 물리치는 강단도 필요하죠. 덕(德)을 펼치고 법을 지키고 정성을 다해 사람을 대할 줄 아는 모습도 필요해요. 가장 중요한 건 노인과 어린이를 사랑하고, 곤궁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에 힘쓰는 거예요.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