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야기] 낡은 신데렐라 서사? 섬세한 성격 묘사로 여전히 사랑받죠

오만과 편견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지금은 결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18세기 말 영국에서는 결혼이 인생을 좌우하는 선택이었어요. 여성에게는 더욱 그랬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영국 작은 마을에 사는 베넷가(家) 다섯 딸과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결혼'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오만과 편견'은 오스틴의 경험이 담긴 작품이기도 해요. 오스틴은 남자 집안의 반대로 결혼이 무산됐어요. 그 아픈 이야기를 1796년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거절당했죠. 오스틴은 이후 1813년 이 원고를 '오만과 편견'으로 개작해 출간했어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작입니다.

베넷 집안 다섯 자매, 그중 첫째 제인과 둘째 엘리자베스는 결혼 적령기였어요. 온순하고 내성적인 제인은 주변으로 이사 온 건장한 청년 빙리를 흠모하지만, 속마음을 꼭꼭 숨겨요. 빙리도 제인을 남몰래 사랑하지만 제인의 마음을 몰라 애태웁니다.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으로 엇갈렸던 두 남녀가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사진은 영화 ‘오만과 편견’(2005)에서 엘리자베스 베넷을 연기한 키라 나이틀리.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으로 엇갈렸던 두 남녀가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사진은 영화 ‘오만과 편견’(2005)에서 엘리자베스 베넷을 연기한 키라 나이틀리. /UPI 코리아

밝고 활달한 엘리자베스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빙리의 친구 다아시입니다. 다아시는 자유분방한 엘리자베스의 매력에 빠지고 말죠. 하지만 성격 연구가를 자처하는 엘리자베스에겐 다아시가 '오만'해 보였어요. 다아시가 자신의 부와 혈통을 내세우는 것처럼 비쳤거든요.

다아시 역시 엘리자베스는 마음에 들었지만 딸들을 돈 많은 집안에 시집보내기 위해 온통 정신이 팔려 있던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를 보면서 '이 결혼이 맞나' 고민했어요. 결국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지만, 여전히 그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진 엘리자베스는 거절해요.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경박한 콜린스, 성실하지 못한 위컴과 만나면서 '첫인상'이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습니다. 다아시가 오만하다고 생각한 건 그저 편견이었다는 걸 깨닫고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을 이룹니다. 다아시의 주선으로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인도 빙리와 결혼하고요.

비판적으로 보면 '오만과 편견'은 신데렐라 이야기의 하나입니다. 중산층 엘리자베스가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루는 줄거리니까요. 그렇다고 낡은 이야기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어요. 통속적인 이야기 속에 우리의 삶과 생각이 담겨 있으니까요.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낡은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기보다 등장인물들의 성격 변화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겁니다. '인간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 섬세한 성격 묘사, 흥미를 자아내는 구성' 덕분에 세계인은 지금까지도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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