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야기] 좌충우돌하는 안나도, 성장하는 레빈도 모두 톨스토이의 분신

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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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모든 행운을 두루 갖춘 경쟁자를 만났을 때 그 즉시 상대방의 장점을 모두 외면하고 단점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그 행복한 경쟁자에게서 무엇보다 그에게 승리를 안겨 준 장점들을 발견하려 하고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데도 그에게서 좋은 점만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톨스토이를 사랑하지 않는 독자라도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를 들어봤을 겁니다. 소설사에 남을 정도로 유명한 첫 문장이죠. 위에 적은 글귀는 그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작가가 '안나 카레니나'의 또 다른 주인공인 레빈을 묘사한 내용입니다. 단점을 찾기보다 누군가의 장점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레빈은 기실 톨스토이 자신이 지향했던 모습입니다.

 

2012년 영화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왼쪽)와 레빈.
 2012년 영화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왼쪽)와 레빈. 책 제목은 '안나 카레니나'지만 작가의 분신은 레빈이죠.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말 몰락해가는 제정 러시아 귀족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그 한가운데 안나가 있습니다. 안나는 오빠 부부의 부부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떠난 길에서 젊은 군인 브론스키 백작을 만납니다. 나이 많은 남편과 소원했던 안나는 브론스키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정숙한 아내로 가정과 사교계만이 전부였던 안나에게 젊은 백작과의 사랑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에서조차 안나는 끝내 마음의 평화를 찾지는 못합니다.

반면 '레빈'은 사랑했던 여인 '키티'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내려가 러시아 농촌 문제 해결에 나섭니다. 종교적 고뇌와 성찰을 거쳐 한 단계 더 성장합니다. 키티에게 다시 청혼해 결혼하고 아름다운 가족을 이루죠.

소설 속 행적은 큰 차이가 나지만 안나와 레빈 모두 톨스토이의 분신입니다. 사랑과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간 사회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혹자는 레빈만이 톨스토이가 추구한 인간상이라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이 어디 그렇던가요. 인간은 위선과 질투의 화신이면서 때론 사랑과 신념에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안나 역시 한때 좌충우돌했던 톨스토이의 다른 자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격정적 사랑에 불타올랐다가 한순간 꺼져버린 브론스키 백작도, 안나와 브론스키를 경멸하는 사교계 인사들도 결국은 톨스토이의 분신인 셈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자 톨스토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 구조와 그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소설이 고전인 이유는 인간이 가진 갖가지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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