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난다

 

이리나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기침 소리가 들린다. 예배가 시작되었다. 음악 소리가 들린다. 안개가 흔들린다. 아! 새가 있다. 새는 솟구치더니 날개를 퍼덕인다. 두터운 안개가 퍼덕이는 날개 짓에 흩어지기 시작한다. 사라지는 안개사이로 사물이 하나씩 둘씩 보인다. 새가 난다. 한 마리 새가 난다. 저 멀리 빛이 보인다. 새가 그 빛을 향해 날아간다. 따라서 나의 영혼도 간다.

 

우윳빛 대리석으로 만든 기둥들이 보인다. 계속된 날개 짓에도 불구하고 새는 힘차게 그 곳으로 향한다. 재스민 향내인가, 후레시아 향내인가. 달콤한 꽃향기가 난다. 이른 햇살의 따사로움이 느껴진다. 새는 성전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자유로이 날고 있다. 새의 손끝이 향하는 곳에서 고운 가락이 나온다. 그 가락은 성전의 기둥을 향한다. 기둥에서 부딪친 가락은 빛으로 환한다. 한 자락의 빛이 하얀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져 튕겨진다. 나의 영혼도 빛 가운데서 자유롭게 난다.

 

새가 날개 짓을 할 때마다 아름다운 음들이 쏟아져 나온다. 새의 손이 높은 곳을 향하면 높은 음이 나오고, 낮은 곳에선 낮은 음이 나온다. 하늘 높이 걸린 무지개 안에 있는 공기 방울 터지는 맑은 음이 들리고, 한쪽에선 묵직한 무쇠 종소리의 낮은 음이 멀리 퍼진다. 깊숙한 산속 벼랑 끝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웅장한 음도 들리고, 깊은 바다 밑 모래밭을 훑고 지나는 물결의 장중한 음도 들린다.

 

새가 천천히 위를 향해 난다. 새가 높은 곳으로 날자 즐겁고 기쁜 마음이 터져 나온다. 결혼 한 지 십 삼년 만에 낳은 첫 아이를 안고 당당하게 영아 세례를 받으려고 서있는 부모의 참을 수 없는 웃음소리가, 원하는 직장에서 일하러 나오라는 기별을 받은 어느 실직한 가장의 활기찬 콧노래가 들린다. 나의 영혼에서 가슴 벅찬 환희가 샘솟는다.

 

새가 아래로 난다. 새가 낮은 곳으로 날자 애잔한 슬픔이 전해온다. 고만 고만한 아이들 둘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난 풀빵 장수 엄마의 비애가, 세상 모든 사람 웃겨놓고선, 정작 자신은 우울증으로 고통하다 자살한 배우였던 로빈 윌리암스의 외로움이 짙게 배어나온다. 내 영혼 깊은 곳에서도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진다.

 

새가 앞으로 날렵하게 난다. 누구의 옷 이련가. 이 빛나는 하얀 옷자락은. 고운 천이 성전에 가득 찼다. 바람에 날리며 살랑거리는 그 옷자락이 내 콧등에 닿았다. 내면의 깊은 곳이 웅클대며 반응한다.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가느다란 천이 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다. 동녘에 해가 뜨고, 석양이 물들고, 보름달이 기울고, 구름이 흐르고, 눈이 내리고, 잎사귀가 초록으로 변하고, 오렌지가 익어가고, 아이의 키가 커가고, 머리가 세어가고, 나의 사고가 깊어지는, 이 모든 일들이 고운 선율이 되어 옷자락 사이로 흐른다. 새의 음악과 합쳐진다. 오묘한 가락이 하나의 노래가 되어 성전에 가득 찬다. 여기저기서 밝은 빛이 튕겨 나온다.

 

돌연 새가 천천히 날아간다. 새가 운다. 따라서 나의 영혼도 운다. 어디선지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음악 소리가 사라진다. 예배가 끝났다. 기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물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다시 안개 가운데 앉았다.

 

이 글을 항상 수고하시는 모든 교회의 성가사님들께 바칩니다.

 

1/1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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