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 이리나
첫 아이가 두 살 때
눈 을 처음 봤다.
오 는 눈을 손에 받으며
는 까? (뭘까?)
날 보며 함빡 웃었다
갈대의 춤
이리나
갈 바를 모른 체 헤메이는
대 우주안에 있는 이 곤고한 자에게
의 의 빛이 내린다
춤 사위가 들썩. 얼~쑤
파도타기 - 이리나
파도가 넘실대는 홍해
도착한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들
타드락거리며 물벽 가운데를 지났다
기나긴 행렬속에 빛나는 믿음
그리운 얼굴 - 이리나
그런 날이 있다
리차드. 먼저 간 그가 문득 떠오르는
운동화 신고 하이킹하던 모습이
얼굴이 빨개 지도록 웃던 그 웃음 소리가
굴곡진 그의 삶이
수평선 저편 - 이리나
수 많은 사람중에
평 안이 있는 사람을 본다
선 하신 분의
저 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편 히 자겠구나
또 다시 봄은 - 이리나
또 넘어집니다.
다 시 일어서기도 전에
시 험에 듭니다.
봄 비가 내립니다
은 혜의 봄비가
눈물겨운 눈 - 이리나
눈을 치우며 얼은 손을 부는 제이크
물론 힘들지만 사야할 것이 있다
겨울 열두해 살고간 친구의 비석
운좋게 오늘 받은 팁 $5
눈 눈 눈. 눈이 온다
마지막 잎새 - 이리나
마음 준 가엾은 내 사랑
지금 빈 집에 가뒀네
막막한 가슴 삭이며
잎새도 보이지 않고
새도 찾지 않는 그곳에
기형도의 `빈 집'을 읽고
500자 수필 - 빨간 산 - 이리나
30년 전 5월에 미국에 이민 왔다. Las Vegas였다. 얼마가 지나자 엄마는 입추가 지났으니 가을이라 했다. 바람은 산들거리지만 계속 더웠다.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아빠는 쉬는 날이면 엄마와 동생과 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 중에 가 본 곳이 Red Rock, 빨간 산이다. 나무 하나 없이 빨간 흙만 있는 이 산은 우리가 살던 곳에서는 잘 안 보였다. 일하러 오갈 때만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엘에이에 직장을 얻고 사촌 언니네 집에서 지냈다. 그 해 가을에 아빠, 엄마가 엘에이를 방문했다. 잘 있었느냐라는 안부 인사가 끝나자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멋쩍게 요즘 빨간 산에 가 본적이 있냐고 내가 물었다. 가면 뭘 해. 가 봤자 빨간 산. 뭐 달라지게 있나. 아직도 빨갛기만 하지. 나무 하나 없고. 이런 생뚱맞은 대화를 하며 멀거니 창밖을 바라봤다. 가을바람에 맞춰 가로수의 색이 변하고 있었다. 두 달 후 아빠는 돌아가셨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너 사는데 가서 일 잘하고 잘 있는 것 보고 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빨간 산은 아직도 빨갛다.
삼초의 미학 - 이리나
삼손의 다시 자란 긴 머리
초인적인 힘의 근원
의심없이 궁궐을 부셨다네
미모의 데릴라는 이제
학철부어
涸轍鮒魚(학철부어) -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물에 있는 붕어라는 뜻으로, 몹시 곤궁(困窮)하거나 위급(危急)한 처지(處地)에 있는 사람을 비유(比喩ㆍ譬喩)해 이르는 말
나 지금 가네 - 이리나
나는 알고 있다
지금도 변함없는 그 분의 사랑을
금나비가 전하여 주었고
가랑비는 소근대며 내렸고
네잎 클로버위에도 씌여져 있다.
산거도사 - 이리나
산속을 헤매일때 이 손을
거친 파도에 밀릴 때 꼬옥 잡고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사뿐이 빛으로 인도하소서
순례길 따라 - 이리나
순탄치 않은 가족 관계
례전대로 돌이키려
길, 그 길, 산티아고 길을
따로 또 같이 걷는다네
라라라하며 귀막는 아들과 함께
퍼즐 맞추기 - 이리나
퍼주고 나누어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맞바꾼 기쁨보다 더 주려고
추를 기울이고
기다리시는 분이 있기에
사람이 고향 - 이리나
사람의 아들로 이 땅에 오신
람세스 왕보다 더 존귀하신 분
이럼에도 불구하고 머리 둘 곳없어하는
고뇌하는 그의 음성을 듣는다
향기로운그의 체취를 맡는다
쉬어가는 의자 - 이리나
쉬엄쉬엄 가는 구름
어젯밤 바람에 실어
가랑비로 보냈더니
는적대다가 결국
의자위에 앉았구나
자. 어서 길을 떠나자
밤나무 숲길 - 이리나
밤의 달도 의지하여 찾았네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지는 고향
무시로 떠오르는 풍경
숲속에서 오늘도 눈에 선한
길을 찾는 두사람
(에덴 동산을 찾는 노년의 아담과 이브)
오솔길 샘터 - 이리나
오빠는 눈을 들어 지는 해를 보며
솔방울 장난삼아 어린 누이는 논다
길을 떠나 바삐 가는 엄마
샘터에서 목을 축인 손엔
터질듯한 홍시 두 알
시간의 선물 - 이리나
시간이 지나지만 딸의 머리는 자라지 않습니다.
간혹 몇 개의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의지로 나올 머리라면 발목까지 자랐습니다.
선뜻이 내 머리를 네게 줄 수만 있다면
물끄러미 기도하는 아빠를 쳐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