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향기
친구 사이에 나누는 친밀한 정신적 유대감을 우정이라 한다.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정신적 유대감이 짙어진다. 더불어 시간이 흐를수록 우정은 깊어간다. 그렇다면 우정은 나이 든 사람들만 가지는 특권일까. 여기 어느 초등학교 학생의 우정을 소개한다.
동갑인 마이크와 조던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외동아들인 마이크와 역시 홀어머니와 사는 세 남매 중 둘째인 조던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새 학년이 되어 서로의 반이 달라져도 둘의 우정은 변치 않았다. 마치 형제 같았다. 마이크는 백인이었고 조던은 흑인이었지만 피부색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몇 달 전부터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다며 병원에 다니던 조던에게 급성 백혈병이 진단되었다. 항암 치료를 받아 증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던 조던이 잔여 백혈병 세포가 증식하며 재발하자 그해 오월에 세상을 떠났다. 일주일 후에 조던은 디트로이트에 있는 엘 우드 공동묘지에 묻혔다.
사 년을 넘게 매일 같이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죽어서 마이크의 상심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엄청난 슬픔을 겪으며 어린 마이크도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몇 주가 지나도 어린 아들이 죽은 친구를 못 잊으며 힘들어하자, 마이크의 엄마 린다는 마이크를 데리고 조던의 묘지로 향했다.
미국의 공동묘지는 주로 마을에 주변 위치하며 잔디가 잘 정리된 공원같이 생겼다. 린다는 장례식 날을 기억하며 저쪽 작은 나무 근처라고 생각하며 차를 세웠다. 하지만 마이크와 린다는 조던의 묘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비석이 없었다. 공동묘지에 있는 사무실에 연락하고서야 간신히 조던의 묘지를 찾았다. 친구의 죽음도 감당하기 힘든데, 조던이 비석도 없는 묘지에 묻힌 것을 안 마이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혼자서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며 사는 조던의 엄마에게 병원비용, 장례비용 및 장지 비용은 큰 부담이었다. 아들의 비석을 살 여유가 없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는 마이크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이크는 다른 사람들이 문제없이 조던의 묘지를 찾기 바랐다. 궁리 끝에 마이크는 친구의 비석을 사기로 했다. 조던에게 주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마이크는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실은 냉담했다. 겨우 열두 살인 마이크가 할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미시간주는 여름은 따뜻하고 겨울은 매우 춥다. 나무가 살기에 알맞은 기온이다. 따라서 집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 치우는 일이 큰 관건이었다. 이것에 착안한 마이크는 집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 낙엽을 치워주겠다는 전단을 뿌렸다. 린다도 아들의 제안을 시원스레 허락했다. 아들의 아픔을 옆에서 보아온 린다는 마이크가 이런 일을 통해 제일 친한 친구를 잃은 슬픔을 치유받기를 원했다. 또한, 같은 엄마로서 조던의 엄마가 아무런 표시가 없는 아들의 묘지를 방문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낙엽 치워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는 그 집으로 향했다. 까만 모자를 덮어쓰고 빨간 파카를 입고 마이크는 자기 키만 한 갈퀴를 들고 끝없이 쌓인 낙엽을 치웠다. 그동안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이 구백 불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날에 마이크와 린다는 조던의 집을 방문해 이 돈을 조던의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생각지도 않은 돈을 받은 조던의 엄마는 죽은 아들에게 보인 마이크의 행동과 사랑에 고맙다며 눈물을 지었다. 곧 조던의 엄마는 아담한 비석을 사서 아들의 묘지에 꽂았다. 마이크의 바람처럼 이제 누구나 아무 문제 없이 조던의 무덤을 찾을 수 있다.
열두 살의 아이가 보인 아름다운 우정. 아직도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 천사의 향기도 이보다 더 짙을 수 없을 것이다.
갈수록 진정한 우정을 찾기 힘든 팍팍한 세상에서 따스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네요.
마이크가 그 고운 마음씨 그대로 잘 자라났기를...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