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도무지 힘이 나지 않거든
무엇이라도 돌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고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돌, 봄,
그래, 돌이 좋겠다

조막만 한 돌을 주워다가
잘 씻어서
햇볕 드는 곳에 두고
자주 쓰다듬었다
​​​​​​
(중략)


내가 돌이었던 때가 떠올랐지
몸을 스쳐 간 손길들이 되살아났지

비로소
사랑에 대하여 조막만큼 알게 되었지

 

 

 


집에 도착한 신간 시집을 들고 책상에 앉은 밤, 입술이 열리고 저절로 말이 나온다. 순하고 환하고 빛난다.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깨끗한 슬픔인지! 소처럼 우직하고 투명한 슬픔이 차곡차곡 개켜 있는 서랍을 연 것 같다. 큰 슬픔도 작은 슬픔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만고만하게 엎드려 있는 서랍. 읽는 사람의 슬픔이 돌연 커다래져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모두 잠든 밤, 종일 봄비가 내렸다. 시집의 제목은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유병록의 시집이다.

그게 무엇이든 돌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있다.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돌보는 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바라보고 쓰다듬고 아끼다 보면, 바라보고 쓰다듬고 아끼는 대상이 어느새 내 마음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화자는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아 “조막만 한 돌을 주워다가” 돌본다. “돌봄”이란 말 속에 돌을 바라보는 행위가 들어 있지 않은가. 그는 마치 살아 있다는 듯 돌을 씻긴다. 햇볕에 두고 쓰다듬고 말을 건넨다. 그러자 “내가 돌이었던 때”, “몸을 스쳐 간 손길들”이 떠오른다. 돌봄이 곧 사랑임을 “조막만큼” 알게 되는 과정이 뭉클하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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