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맑아 그대로 둘 수가 없으면 그 사람은 그냥 푸른 하늘로 놓아두고 맺히는 내 마음만 꽃받침이 되어야지 목련꽃 송이마다 마음을 달아두고 하늘빛 같은 그 사람을 꽃자리에 앉혀야지 그리움이 아니었다면 어찌 꽃이 폈겠냐고 그리 오래 허공으로 계시면 내가 어찌 꽃으로 울지 않겠냐고 흔들려도 봐야지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이대흠(1967∼)
대개 첫사랑은 짧고 목련이 피어 있는 시간도 짧다. 1년을 기다렸대도 목련은 더디게 피었다가 서둘러 져버린다. 그래서 몹시 깊이, 그저 목련일 뿐인 이 시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봄날인 오늘, 눈앞의 목련은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그 꽃이 진 다음, 이 시는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눈앞의 첫사랑이 끝나도 마음의 첫사랑은 영원한 것처럼, 오늘의 목련이 지고 말아도 우리의 목련은 영원하리라는 말이다.
제목이 그저 ‘목련’이라는 것은 참 옳은 일이다. 나무에 피어난 연꽃이라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그 이름만큼 이 시의 내용을 표현하기 좋은 것은 없다. 사실 이 시는 목련에서 비롯하지 않고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름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이 저기 꽃으로 피었다. 시 덕분에 오늘 우리는 목련을 볼 때마다 저마다 그리운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세상에 단 한 송이의 목련만 피었다고 해도 그 안에 새겨질 이름은 수천수만 가지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의 마법이고 목련의 힘이며 사랑의 습관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