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물빛 마당

물빛 마당에 징검돌 몇 개 놓고

발목을 걷으며 걷으며 걷는다

찰랑이는 물결 대신

그 옆에 결이라는 말도 놓고

말과 말들이 부딪히며 내는

단내 같은 것도 놓고

돌과 돌 사이의 간격 같은 것도 놓고

아름답지 않았던 한 시절도 놓아본다

이렇게 돌을 놓고 쭈그리고 앉아

어떤 궁리 같은 것들은 바닥까지 버리며

한 발이 닿기 무섭게

다른 발을 떼며

물빛 마당

물빛 마당을

가끔은 깨금발로 겅중겅중 건너뛰며

돌과 돌 사이를 딛는 발끝은

못내 사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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