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종 안도현

봄에 마늘종을 뽑아본 적이 있는가까딱 잘못하면 끊어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적당한 힘을 가하는 요령이 필요하다마늘종이 올라온 뒤 보름 전도 되면 서둘러 뽑아줘야 한다규모가 큰 마늘밭에서는 노동력 절감을 위해 일일이 뽑는 것보다 아예 자른다고 한다그래야 땅속의 마늘 알이 탱탱하게 굵어지는 것이다마늘종을 뽑으면 뾱 하는 아주 특별한 소리가 난다뾱 하는 그 소리햇볕이 따끈따끈해지는 5월의 마늘밭에서 듣는 소리식물의 살과 살이 분리될 때 나는 그 소리가 가히 중독성이 있다어릴 적에 마늘종은 한 웅큼 뽑아오라는 심부름은 그래서 신이 났다사실 마늘종은 마늘의 꽃줄기를 가리키는 말이다개화를 꿈꾸며 마늘이 땅속에서 허공으로 애써 줄기를 밀어올린 것이다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뽑히거나 잘리는 마늘한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된장 하나만 있어도 훌륭한 반찬이 되고 안주가 되는 게 마늘종 아닌가아삭아삭하고 연한 이것은 새큼하게 장아찌를 담가도 좋고고추장으로 무쳐도 좋고멸치나 마른 새우하고 볶아도 좋다나는 콩가루를 묻혀 쪄낸 마늘종을 특히 좋아한다비만과 고지혈증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탁월한 요과가 있다니 오늘 장바구니에는 마늘종 한 단 담아볼 일이다경남 남해군이 사시사철 푸른 것은 남쪽 끝이어서가 아니다드넓은 마늘밭 때문이다거기 지금쯤 뾱마늘종 뽑는 소리가 새소리처럼 치렁치렁 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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