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수필> 제11회 신인상 수상자가 아래와 같이 선정 되었다.
응모한 많은 작품들을 각각 심사위원 5명이 점수를 매긴 후 그것을 합산하여 최종 점수를 내었다. 가장 높은 점수 순위대로 6편의 작품을 선한 후,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당선작을 결정하고 가작 2명, 장려 3명을 선정했다.
이 름 |
내용 |
작품 제목 |
|
김윤기 |
당선 |
가을 유정 |
Fullerton, CA |
정숙인 |
가작 |
바비라고 부르는 꼬마 |
Kelowna, BC, CANADA |
전로사 |
가작 |
카요와 함께 걷다 |
Chino Hills, CA, |
최근자 |
장려 |
광고 예술 |
Gardena, CA. |
신소정 |
장려 |
묘지 단상 |
Aubum, AL. |
양상훈 |
장려 |
사랑과 보람이 있는 공간 |
Honolulu, HI |
[심사평]
올해 신인상 공모에 나온 작품들은 양적 및 질적인 면에서 풍성했다. 자아 성찰과 대상에 대한 재해석이 뛰어난 작품들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심사위원들은 응모된 작품들이 심사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꾸준히 공부하면 앞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을 지닌 분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선 한 명, 가작 두 명, 장려 세 명을 선했다.
당선작 김윤기씨의 <가을 유정>은 군더더기가 없이 빠른 전개와 차분하고 적확한 문장이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향이나 고국이라는 과거회상형 소재가 안고 있는 한계와 허점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만큼 탄탄한 글솜씨를 보여준다. 글쓴이가 대상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참신한 미적 구조에도 점수를 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서경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문학적 가치를 확보하였다. 다른 두 작품도 습작을 많이 한 내공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작들이다.
가작으로 선정된 전로사씨의 <카요와 함께 걷다>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전면에 흐르는 작품이다. 말썽꾸러기 종업원들을 다독여서 교육의 힘을 빌려 새 사람이 되게 하는 과정에 독자를 초대한다. 자칫 자기 공로와 자랑에 멈출 수 있는 위험이 따르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인간애가 투명하게 살아있어 외면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었다. 수필은 세상을 향하여 따뜻한 눈길을 주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나눌 수 있는 문학 장르임을 보여준다. 문장 또한 깔끔하고 간결한 것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가작으로 선정된 정숙인씨의 <나를 바비라고 부르는 꼬마> 역시 진솔한 이야기가 눈길을 잡는다. 다른 집 아이를 돌보는 보모가 느끼는 내면의 갈등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의식 사이에 균형과 긴장이 적절하게 조화된 글이다. 화자가 불특정 다수의 독자에게 자신의 그늘을 드러내는 글을 쓸 수 있는 힘은 성숙한 자존감과 깊이 있는 내면의식에서 나온다.
장려상에 뽑힌 최근자씨의 <광고 예술>은 상업광고도 예술의 한 분야로 가치 부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 글이다. 마지막 문단에 이르기까지 글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 노력에 점수를 주었다.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현실 묘사와 그 이면에 담긴 진실을 작가의 눈으로 해석하고 전달하는 일은 수필이 지닌 특장이다.
장려상을 받은 양상훈씨의 <사랑과 보람이 있는 공간>은 중수필에 가까운 교훈적인 글로 화자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글쓴이의 체험에서 얻은 인생의 가치와 덕목에 대한 확신과 소신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열린 결말로 여지를 둔 점이 신선했다. 만만치 않은 이민의 역사 속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장려상에 신소정씨의 <묘지 단상>을 선했다. 부모와의 갈등 관계를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일차적인 감정으로부터 이해와 용납이라는 객관적이고 사색적인 관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사수필에 근접한 고백적인 글로 아픈 과거를 마침내 품어 안는 과정을 성숙하게 그렸다. 화자의 따뜻한 심성과 시선이 행간마다 녹아있는 작품으로 고뇌 속에서 건져낸 사유와 통찰이 보석처럼 빛난다. 가족사의 어둠과 고통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가 전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깊은 자아 점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한 개인의 이야기가 개인적인 영역을 벗어나 공감을 주고 힐링이 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문학작품 공모전에 글을 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작품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큰 요인 중의 하나가 퇴고의 결핍이다. 퇴고의 중요성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퇴고는 문장상의 결점만 찾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판단력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했다. 좋은 글은 압축과 절제에서 나온다. 압축과 절제는 퇴고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글의 힘은 곧 퇴고의 힘이다. 단락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글, 오기, 오타 투성이의 성의 없는 글은 허접한 대접 속에 심사대상에서 영순위로 제외된다. 쉼표 하나라도 책임 있게 쓸 줄 아는 엄격함과 진지함이 요구된다. 진지한 퇴고를 거친 글에서는 성숙한 생각의 열매들이 유려하게 빛난다.
글에 나이가 들어있으면 작품의 가치가 반감된다. 나이 든 글이란 화자의 체험이 현재의 삶에 의미로 연결되지 않고 반추나 회상에 그친 글이다. 현상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발견하고 재해석함으로써 현재를 비추어주는 빛으로 승화되어야 젊은 글, 살아있는 글이 된다. 이번 응모작들 중에 안정된 구성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탈락된 작품들이 여러 편 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의 일원이 되신 여섯 분에게 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향취 높은 수필을 쓰는 수필가들이 되기를 바란다. 입상하지 못하신 분들은 실망하기보다는 더욱 열심히 읽고 씀으로써 좋은 글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 김화진, 박유니스, 성영라, 이현숙, 하정아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