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You 당신을 존중합니다

 

  포틀랜드 공항에 내리니 공기가 달다. 머리가 맑아지며 상쾌하다. 마중 나온 김혜자 오레곤 문학회 회장과 오정방 명예회장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인연은 작년에 한국번역 원 주최 <경계를 넘어. 한글문학>에서다. 오레곤문학 16호 출판기념회 및 창립 22주년 기념 행사에 초대한다는 약속을 했었다. 본 협회의 정조앤•이리나 편집인과 함께다.

  이미 우리를 위해 준비한 계획에 따라 오레곤의 명소를 방문했다. 캐논 비치(Cannon Beach)의 헤이스탁 바위( Haystack Rock)는 건초더미를 쌓아 올린 모양의 76m나 되는 거 대한 돌이 바닷속에서 우뚝 솟아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미 해군 난파선에서 떠내려온 대포가 발견되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틸라묵 치즈 공장(Tillamook Creamery)을 방문해 2층 통 유리를 통해 치즈 만드는 과정을 보고 먹은 쫀득쫀득한 치즈와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피로를 풀어주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멀트노마 폭포 (Multnomah Falls)는 189m 높이의 절벽에서 물 이 떨어지는데 너무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신비로운 기(氣)가 하늘에서 나를 향 해 오는 듯해 몸이 굳었다. 'I See You. 나는 당신을 봅니다.' 얼굴을 촉촉하게 적시는 물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본다.   포틀랜드에서 어디를 가더라도 둘러보면 변함없이 우리를 따라오던 후드산(Mt. Hood) 하얀 눈으로 정상을 덮고 길게 구름 띠를 두른 오묘한 활화산이다. 오레곤주와 워신톤주의 경계를 이루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컬럼비아강(Columbia River) 협곡이 받쳐주어 더 신비로운가.

  우리가 간 날은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는개비가 내려 그 장엄한 모습을 안개로 감 추었다. 영산(靈山)을 만나고파 설레었는데 실망했다. 대신 한 여름인데도 산 중턱에 눈이 쌓 여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눈밭에서 놀 았다.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시간이다. ' I See You. 나를 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 가 됩니다.'

  대공황 때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인 팀버라 인 라지 (Timberline Lodge)에서 다섯이 식 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2박 3일 수고해 준 김혜자 회장과 오정방 명예회장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행사장에서 만난 오레곤문 학회 회원들은 서로 단합하며 격려하며 창 작의 열정이 넘치는 진정한 문학인이다. 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정겨웠다. ' I See You. 당신을 문학 안에서 존중합니다.' 눈과 눈으로 마주 대하며 인정하고 이해하는 소통을 이루었 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었다. 두 협회의 발전과 회원의 문운을 빌었다.

  바람과 물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뻗은 나무들. 바위와 산. 자연의 신비한 기운을 담아 온 소중한 여행이었다. 포틀랜드 공항으로 가는 내내 후드산이 뒤따른다. 지켜본다. I See You

 

    퓨전수필 2024년 여름호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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