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렇게 

            

요즈음 날씨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3월인데 갑자기 비와 우박 이 내리고 기온 차가 심하다. 미네소타에 사는 회원은 눈이 내 렸다는 소식을 주었다. 어젯밤 뉴스에서는 눈밭을 뚫고 나오 는 어린 곰을 보여주며 친절하게 봄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직 도 으슬으슬 한기를 느낀다. 세상을 떠난 지인들로 마음이 허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친구가 밥이나 같이 먹자고 집으로 불렀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돼지고기 수육과 얼큰한 닭볶음탕, 바삭바삭한 야채 튀김과 파실파실 감자가 섞인 감자밥. 정갈한 음식들이 식탁에서 우리를 맞았다. 친구가 오늘의 주메뉴라며 봄동 겉절이를 투명한 유리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내왔다.

“와우!” 눈이 먼저 마중을 나가며 감탄사가 나왔다. 밥을 푼 수저 위에 봄동을 듬뿍 얹었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아삭아삭한 식감이 어우러지며 입 안 가득 봄이 톡톡 터졌다. 그 기막힌 맛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금방 밥그릇과 접시를 비웠다.

봄을 마중하기에는 봄동만 한 것이 없다. 봄 향기 그득한 한 상을 차려 낸 친구의 센스에 ‘엄지척’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봄기운이 스멀스멀 몸에 온기를 전달하는지 손가락 끝이 찌릿찌릿했다. 역시 제철 음식이 보약이 다. 우리 몸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선식치 후약치(先食治 後藥治)’라고 하셨던 원로 작가의 말씀이 생각났다.

계절에 상관없이 원하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제철 음식의 깊은 맛은 흉내 내지 못한다. 뿌리를 통해 전달된 대지의 에너지에 더하여 그 계절의 햇살 한 자락과 바람 한 줄기의 도움 때문이리라. 계절이 바뀌고 있는 걸 알지 못했다.

‘모든 시간과 계절이 기쁨의 선물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랠프 왈도 에머슨은 <자연>에서 말했다. 시간이 주 는 기쁨의 선물을 나는 흘려보냈다. 제때가 되면 오는 자연의 혜택을 얼마 나 놓쳤는지 아쉽다. 집에 돌아와 핸드폰과 컴퓨터를 뒤로하고 뜰로 나선다. 부드러운 구름과 바람, 파랗게 고개를 내미는 작은 풀잎. 봄이 그렇게 벌써 와있었다.

 

 

<2024년 퓨전수필 봄호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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